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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든호텔 「알리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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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든호텔 「알리바바」

입력
1991.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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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아랍요리전문점/「걸프」 찬바람에 손님발길 “뚝”/전쟁전엔 한달 2∼3백명 찾아/이라크 대사,외교장으로 애용/“빨리 종전되어 옛 명성 찾았으면…” 직원들 한숨만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정통아랍요리 전문점에 걸프전쟁 이후 아랍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 가든호텔 16층에 있는 「알리바바」는 한달 평균 2백∼3백명의 아랍인들이 몰리던 곳이었으나 지난해 8월 걸프사태로 손님들이 줄기 시작하더니 전쟁이 터진 1월17일 이후에는 찾아오는 아랍인들이 없는 실정이다.

전쟁전에는 가잘·버르한 주한 이라크 대사를 비롯한 중동지역 10여 개국 대사관 직원들이 찾아와 고향음식을 즐겼으나 대사관직원들의 발길이 먼저 끊기고 상사주재원 바이어들도 찾아오지 않게됐다.

특히 단골이었던 버르한 대사는 비서실을 통해 꼭 예약을 하고 자신이 주관하는 각종 대소모임을 이곳에서 자주 치르는 등 중동국가들을 위한 비공식적 외교의 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한때 예멘 대사의 가족들도 이 호텔에 투숙하면서 식당에 자주 들렀는데 지난해 12월초 호텔을 떠나면서 이제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알리바바식당을 87년에 개설,직영해온 호텔측은 아랍요리만으로는 운영에 무리가 따르자 88년부터 뷔페식당과 통합운영을 하면서 단골을 꾸준히 늘려 한국에 오는 아랍인들이 대부분 한번쯤 들르는 곳으로 발돋움했었다.

지배인 신상용씨(35)는 『워낙 시장이 좁아 초기의 적자를 예상하면서도 투자를 했는데 자리를 잡을만하자 전쟁이 터졌다』고 아쉬워했다.

호텔측은 개설 당시 레바논 궁정요리사로 일했던 레바논인 가싼·하비브·카라씨나씨(36)를 특별초빙해 지금까지 일하도록 하고 있다.

카라씨나씨가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요리는 50여 가지로 아랍음식은 향료와 양념을 모두 천연식품에서 추출,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시고 짜며 고기요리는 거의 태운다 싶을 정도로 익혀먹는다.

아랍인들의 주식인 양고기를 통째로 구운 홀렘은 최고의 요리로 손꼽히며 꼬치요리와 비슷해 중동에 진출했던 한국 근로자들에게 친숙한 시스케밥,만두와 비슷하게 생긴 치즈삼브시크 같은 요리도 있다.

지배인 신씨에 의하면 아랍인들은 양고기를 주문하고도 양을 도살하기전 알라신에게 제사를 지냈는가를 꼭 물어보고 그렇지 않으면 손을 대지 않곤 했다.

가끔 현지에 진출했던 한국인들이 아랍요리의 독특한 맛을 즐기려고 찾아오는 경우에는 우리 식성에 맞게 향료와 양념을 조절하여 제공한다.

버르한 대사를 비롯한 10여 개국 중동지역 대사들의 식성을 모두 알고 있다는 카라씨나씨는 『이라크 대사는 시스케밥과 포도잎사귀를 쪄 김밥처럼 둘둘만 그레이프러브스라는 독특한 요리를 즐겼다』면서 『빨리 전쟁이 끝나 우리 회교민족을 위해 마음껏 요리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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