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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입시비리/이대로 둘수없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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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입시비리/이대로 둘수없다:1

입력
1991.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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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자녀도 “돈내야 합격”/“낙방생이 미 명문대 입학”/반주자 신호 듣고 「점수 몰아주기」/재단에도 일정액… 공공연한 비밀91학년도 서울대 음대 입시에서 드러난 부정합격 사례는 병든 우리나라 예체능계 대입시의 실상을 보여주었다. 9만명이 넘는 수험생들이 지원하는 예체능계학과에서는 거의 매년 입시가 끝날 때마다 부정과 비리의 잡음이 잇달았고 간간이 적발된 경우도 있었으나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돈과 연줄이 없으면 낙방』이라는 것은 벌써 오래 전부터 공공연히 떠도는 말이었다. 예체능계 대입시의 비리구조를 파헤친다.

올해 전기대 입시에서 3녀(19)가 모 대학 연극영화과에 지원했던 회사원 김 모씨(45)는 서울대사건이 터진 후 딸의 불합격 원인을 이제 확실히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실기고사를 치르기 전 김씨는 『2억원을 내면 합격시켜주겠다』는 전화연락을 받았으나 너무 액수가 많아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돈을 주지 못해 불안을 느끼기는 했지만 딸의 연기실력을 믿었던 김씨는 면접고사를 치르고 온 딸로부터 『교수들이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더라』는 말을 듣고 낙방을 예감했으며 서울대사건 보도를 본 뒤에는 대학교수들이 모두 파렴치한 사람들로 보이는 환멸을 느끼게 됐다.

올해 모 여대 미대에 응시했던 한 여학생도 다른 수험생들처럼 교수에게 5개월간 레슨을 받고 2천5백만원을 주었으나 낙방했다. 이 여학생은 교수에게 돈을 주는 것은 기본이고 그 외에 대학재단에도 3억원을 내야만 합격한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 『그렇게까지 하면서 대학에 들어가야 하나』하는 심각한 회의에 빠졌다.

이들 두 여학생은 결국 돈을 안 썼거나 적게 쓰는 바람에 떨어진 수험생들이다. 「유전합격 무전낙방」이라는 유행어는 엄연한 현실이었던 것이다.

학과의 속성상 실기고사의 비중이 높고 실기고사의 평가에 심사위원의 주관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예체능계는 그 과정에 돈과 연줄이 작용하고 심사위원인 교수까지 자녀의 합격을 위해 돈을 쓰는 상황이 돼 버렸다.

낙방한 수험생과 학부모는 그런 점 때문에 낙방사실을 납득하지 않으면 입시부정을 적극적으로 고발·진정하는 사례까지 생긴다. 서울대사건 이후 검찰과 각 언론기관에는 비리·부정의 고발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검찰이 접수한 한 진정서는 서울대 입시부정으로 구속된 서울시립대 조교수 채일희씨(48)의 경우 제자가 E대에 지원하고 동료 전 모씨의 제자는 서울대에 지원하자 서로 상대방의 제자를 봐주기로 약속해 2명 모두 합격시켰다고 고발하고 있다.

또 구속된 학부모 김정숙씨(42·여)는 서울대 실기고사 심사위원 전원에게 1천만원씩 주기로 했으나 김씨의 딸보다 내신성적이 좋은 여학생의 부모는 김씨보다 4백만원 적은 6백만원을 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떨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Y대의 경우 지난 몇년 동안 목관악기부문 채점에서 상위권인 90점 이상 획득자가 모집정원과 일치하고 나머지 탈락자들은 모두 40점대일 만큼 큰 점수차가 나는 것도 돈과 함께 청탁을 받은 심사위원들의 「점수몰아주기」 농간 때문이라는 것이 학부모들의 단정이다.

예고를 다니는 동안 줄곧 성적이 좋았고 학력고사성적도 우수했던 딸이 서울대 음대시험에 떨어진 주부는 합격자 중 1명이 인문계고교 출신인 것을 알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흥분하고 있다. 이 주부는 지난해 12월초 딸의 레슨강사인 모 대학 강사로부터 『6천만원만 내면 확실히 합격시켜 주겠다』는 말을 들었으나 경제적 여유가 없어 2천만원만 주고 통사정했다가 떨어진 뒤 돈을 되돌려 받은 일이 있다.

입학정원이 40명인 모 음대 성악과에서는 특정교수의 개인지도를 받은 14명 전원이 합격했다는 것. 수험생이 실기고사장에 들어가면 미리 짠대로 특정연주자가 반주중에 심사위원들에게 특정음색을 알려주는 수법을 썼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구속된 건국대 음악교육과 안용기 교수(60)도 학부모로부터 2천만원을 받고 오보에 실기고사에서 피아노 반주자와 서로 짠 뒤 특이한 튜닝음을 신호로 수험생에게 높은 점수를 주도록 채점위원들에게 부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모 대학 체육학과에서는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수험생 6명이 모두 합격했으며 이들 모두가 이 대학의 강사로부터 개인지도를 받은 수험생이라는 제보도 들어왔다.

레슨이나 과외과정에서 심사위원으로 선정될 만한 후보자를 미리 잡아두지 못한 학부모들은 막판에 돈으로 승부를 거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특정교수를 찾아가 무조건 5천만원∼1억원의 목돈을 떠맡기며 합격시켜 달라고 떼를 쓰는 게 보통이다. 그렇게 부탁을 받은 교수나 강사는 학교선후배이거나 같은 교향악단의 단원인 심사위원 후보자들에게 부탁을 해주고 비리의 공생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구속된 심사위원들도 서로가 잘 아는 각 대학의 교수 또는 강사였으며 ▲김대원씨(36)가 KBS 교향악단 플루트 수석연주자 ▲성필관씨(33)가 서울시향 오보에 수석연주자 ▲채일희씨가 서울시향 클라리넷 수석연주자 ▲이정건씨(45)가 서울시향 바순연주자여서 더 큰 충격을 주었다.

돈과 연줄에 의한 부정은 우리나라 예체능교육을 망치고 있다. 지난해 재수생 딸이 모 대학 음대에 지원했을 때 『심사위원들에게 돈을 뿌려야 한다』는 지도강사의 말을 듣고 고민하다가 결국 단념했던 한 공무원은 딸에게 낙방을 또 맛보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공무원은 딸을 모 지방대에 들여보낸 뒤 미 명문 음대에 유학보냈는데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교수로부터 『훌륭한 학생을 보내주어 고맙다』는 편지를 받고 우리나라 예체능계 대입시의 문제점을 더욱 절감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학생평가 기준이 여러 가지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내 딸이 불합격한 것은 결코 실력부족 때문이 아니었다』고 썩어버린 우리의 음악교육계에 연민을 표시하고 있었다.<홍윤오 기자<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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