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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돌아가도 모국 인심 기억을…”/한약상 교포에 옷감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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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돌아가도 모국 인심 기억을…”/한약상 교포에 옷감 선물

입력
1990.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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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백50벌 “노점하며 고학한 시절 잊지못해”/동대문시장 포목상 정영씨『중국에 돌아가시거든 이 옷감으로 옷을 해입고 서울 사람들의 인심이 따뜻했다고 기억해 주십시오』

29일 하오3시께 서울 덕수궁 앞에서 한약재를 파는 중국 교포들에게 겨울용 모직원단 8백50벌(시가 1천2백여만원)을 나눠주던 동대문 종합시장 백야직물 주인 정영씨(50)는 이렇게 당부했다.

덕수궁 앞을 지나 다니다가 교포들의 노점을 본 정씨는 16세때 경북 성주에서 상경,종로5가에서 노점상을 하며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시절이 떠올라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씨는 지난 19일 교포 10여명을 가게로 데려가 옷감을 보여주고 『도움이 되겠다』는 말을 듣고 즉석에서 1백벌을 주었다.

다음날 덕수궁 앞에 70벌분을 가져와 더 나눠준 정씨는 반응이 좋자 29일엔 트럭 1대분을 한꺼번에 가지고 나왔다.

망설이던 교포들도 정씨와 함께 나온 시장 동료들이 『이 옷감에는 죽은 정씨 아들의 마음도 들어있다』고 귀띔하자 모두 『고맙다』며 받았다.

정씨의 장남 정재훈소위(25·학군 27기·단국대 법학 졸)는 지난 3월16일 상오11시20분께 강원 고성군 간성읍 교동리 북천에서 도강훈련중 소대원 2명을 구해내고 빠져 나오지 못해 순직했었다.

아들이 순직한뒤 가게문을 닫아 걸고 비통에 잠겨있던 정씨는 중국 교포들을 보고 『살신성인한 아들을 둔 내가 고생하는 동포들을 모른척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중국교포 김예일씨(30·국교교사·흑룡강성 거주)는 『자신의 고통도 컸을텐데 이렇게 우리를 도우러 나서다니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동대문시장의 불교신도 모임 무주상원심회 회원이기도 한 정씨는 『남은 일생을 아들의 뜻을 기리고 표시없이 남을 도우며 살고싶다』고 밝혔다. 정씨는 내년에 가게도 다시 열 계획이다.<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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