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밀어붙이기식 통상압력이 또다시 우리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봄 미국의 「제2차 우선협상 대상국 지정」을 앞두고 홍역을 치렀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미국으로부터 또다시 시장개방의 요구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종전과 달리 이번에는 주한 미 상공회의소가 중심이 돼서 공식적인 정부간 협의사항이 될 수 없는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다. 과소비추방운동을 정부주도하의 「반수입운동」으로 몰고,텔레비전광고 확대를 위해 텔레비전 방영시간 연장을 들고 나서는가 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양담배의 경품제공을 불공정 상행위로 단정한 것도 「규제행위」로 몰고 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가 굳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과소비추방운동이 벌어지면서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ㆍ미 사이에 통상마찰이 빚어질 때마다 지적되는 일이지만 우리는 또다시 과거 반세기 가까이 혈맹관계를 유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국가이익의 균형문제라는 또다른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야 된다는 현실을 보게 된다.
한ㆍ미 관계는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한ㆍ소 수교를 비롯해서 군사동맹관계의 구조변화 등에 나타난 것처럼 상당한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 수출의 33%를 담당한 최대의 수출시장이고,미국으로서도 한국은 열손가락 안에 꼽는 무역파트너에 속한다.
정치적 변화가 예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ㆍ미 관계는 어느모로 보나 두 나라 모두에게 아직은 압도적으로 중요한 국가이익을 걸고 있는 우방관계다. 통상마찰도 자칫 감정적 대응에 흐르지 않고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첫째로 미국이 자칫 자신의 이익에 일방적으로 집착하지 않기를 바란다. 세계 어느나라나,부국이건 가난한 나라건 과소비를 비판하고 근검절약을 부추기는 운동은 있게 마련이다. 유독 한국의 과소비추방운동을 반수입운동으로 모는 것은 횡포가 아니면 지나친 장삿속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더구나 텔레비젼 방영시간과 같은 주권국가의 내부문제에까지 참견하는 지나친 태도는 두 나라 모두에게 득 될 것이 못 된다.
금융시장개방이나 관세문제 같은 정책적 현안에도 이제 겨우 국민소득 5천달러 밖에 안되는 한국을 「제2의 일본」으로 취급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기 바란다. 반세기 가까운 동맹관계에서 우리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지를 적지 않게 경험해 왔다. 한국경제에 대한 과대평가는 고맙다기 보다,자칫 균형잡힌 두 나라의 국익을 모두 해칠 뿐이다.
미국의 지나친 「이익집착」은 자칫 일본에게 뺨 맞고,한국에 와서 눈 흘기는 것으로 한국민에게 비칠 수도 있음을 생각하기 바란다.
그러나 한국을 「제2의 일본」으로 비치게 한 한국 쪽에도 책임은 있다. 조직적이고 공개적인 설득작전은 합법적인 로비활동을 조직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미국의 밀어붙이기식 시장개방 압력이 감정에 흐르지 않고 합리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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