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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파나마침공 후유증 중남미 「선무외교」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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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파나마침공 후유증 중남미 「선무외교」고심

입력
1990.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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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식민주의 부활” 반미 급속고조/부시ㆍ퀘일 모두 순방ㆍ회담에 분주미국이 파나마 침공으로 손상된 중남미와의 관계를 치유하기 위한 정상급 외교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댄ㆍ퀘일 미부통령은 지난달 27일부터 3일간 파나마 온두라스 자메이카를 순방,파나마 침공 이후 경색된 미ㆍ라틴아메리카 관계 정상화를 위한 「선무외교」에 착수했다.

퀘일부통령은 또 오는 3월10일부터 일주일동안 멕시코와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중남미 각국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부시대통령은 오는 15일 콜롬비아의 카르테헤나에서 비르힐리오ㆍ바르코 콜롬비아대통령,알란ㆍ페레스 페루대통령 및 자이메ㆍ자모라 볼리비아 대통령과 「마약정상회담」을 갖고 파나마 침공으로 야기된 이들 국가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를 상대로한 미국정상급 외교의 배경에는 이지역의 반미감정이 악화돼 가고 있다는 정세판단이 깔려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20일 주권국에 대한 내정불간섭원칙을 무시한채 파나마를 침공했고,그로부터 14일뒤인 금년 1월3일에는 파나마의 실권자 마누엘ㆍ노리에가 장군을 붙잡아 미국으로 압송했다.

노리에가장군이 마약밀매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돼 있는 상태였다고는 하지만 일국의 지도자를 자국으로 강제압송한 사례는 로마시대이래 처음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12월28일 발생한 미군의 파나마주재 쿠바대사 연행기도사건,그 이튿날 일어난 파나마주재 니카라과대사관 난입사건은 중남미각국의 반발을 더욱 자극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콜롬비아로부터 마약밀수를 차단한다는 구실로 항공모함 케네디호의 콜롬비아 근해파견계획을 밝혀 콜롬비아정부의 거센반발을 사기도 했다.

콜롬비아 근해를 봉쇄하겠다는 미정부의 구상은 콜롬비아와함께 미국에의한 수탈의 역사를 경험해온 중남미 여러나라들에 미국의 식민주의가 부활하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부시대통령은 바르코 콜롬비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케네디호 파견방침으로 빚어진 물의를 사과하고 이계획을 전면 백지화시키고 말았다.

그러나 중남미국가들은 부시대통령이 파나마침공 불과 두달 보름전인 작년 10월6일 중남미국가에 대한 군사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시사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있다.

미국의 파나마침공을 「범죄행위」로 규정한 페루정부는 미군이 파나마에서 철수하지 않는한 마약정상회담을 보이콧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페루는 콜롬비아 볼리비아와 함께 코카인 원료인 코카의 주생산지로 미국의 마약대책수립에 빠져서는 안될 파트너이다. 따라서 미ㆍ페루간의 불화는 부시행정부의 마약퇴치정책 후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사태발전이 주목된다.

또한 페루 볼리비아와 함께 미국으로부터 향후 4년간 20억달러의 마약퇴치원조를 받기로 돼있는 콜롬비아도 미국의 「침략행위」를 비난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하에 마약전을 치르고 있는 바르코대통령은 지나친 대미의존을 탈피하고 유혈사태방지를 위해 마약두목들과 협상에 나서라는 여론의 압력에 직면해있다.

미국의 파나마침공은 무엇보다도 미ㆍ멕시코관계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

특히 지난1년간 대미선린관계 증진에 힘써온 카를로스ㆍ살리나스 멕시코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자신에 대한 부시의 배신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을 「북쪽의 거인」으로 부르며 이들과 독특한 애증관계를 맺어온 멕시코에서는 1월7∼9일사이 미NBC TV가 방영한 마약관련보도 이후 반미의 열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NBC TV는 3부로 구성된 이 프로에서 멕시토를 노리에가와 같은 마약밀매꾼이 우글거리는 땅으로 매도하는 한편,이들을 단속하기 위해 미군파병도 고려해야 한다는등 극단적인 대책을 제시,멕시코인들의 자존심을 크게 자극했다.

이같은 일련의 사건으로 지난 1년간 부시와 밀월관계를 누려오던 살리나스는 멕시코민족주의자들의 비판으로 수세에 몰리게 됐다.

미국은 이밖에도 엘살바도르와 니카라과에서 극우진영을 지원해온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엘살바도르의 알프레도ㆍ크리스티아니 정권은 지난해 11월 중순 발생한 미국인 신부살해사건과 관련,도덕성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또 오는 25일 실시되는 니카라과 대통령선거에서도 좌익 산디니스타정권의 재집권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어 콘트라반군지원을 중단하라는 부시행정부에 대한 내외의 압력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아무튼 부시행정부가 펼치고있는 선무외교가 미국의 파나마 침공을 「정당한 명분」이 아닌 「부당한 핑계」로 간주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각국들의 불만을 어느정도 가라앉혀줄지 귀추가 주목된다.<이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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