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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한 경협분위기 고조/노대통령 「공동체」제의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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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한 경협분위기 고조/노대통령 「공동체」제의 계기

입력
1990.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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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등 구체정책 분주 정부/조직보강ㆍ직교역 전환 업계/지나친 경쟁땐 “공세”오해… 역효 날수도정부의 적극적인 대북한 경제협력확대방침에 따라 관계부처들이 구체적인 지원정책수립에 나서고 민간기업에서도 교역확대방안을 모색하는 등 대북한경제협력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5년말이후 중단된 남북경제회담의 재개를 추진하는 한편 보다 효율적이고도 실질적인 경제협력성과를 거두기위해 남북한의 관련부처끼리의 장관급 고위쌍무회담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 남북경제회담이 쌍방의 주장만 늘어놓는 정치선전장이 되었던 것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직접 관련된 부처간의 회담에서 논의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은 이때까지의 남북정책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현재 정부의 각부처들은 상당히 실현가능성이 높은 협력방안들을 검토하고 있어 북한의 수용태도여부에 따라 예상외로 빠른 경제협력관계 개선이 기대된다.

정부는 특히 경제실리위주의 상호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이같은 방안들을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조용히 추진하는 한편 북한의 대외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IBRD(세계은행) ADB(아시아개발은행) UNIDO(유엔공업개발기구) 등 국제기구에 북한이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이밖에 1천5백억원규모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설치,대북한교역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재정에서 보전해주는 방안과 북한에 설비투자를 하는 기업에 대해 자금을 지원해주는 방안,제3국 공동진출방안과 해외사업장에서의 북한근로자 활용방안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기업들도 정부의 활발한 대북경제협력방안 모색에 고무되어 기업이 할 수 있는 교역확대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북한과의 물자교역경험이 있는 삼성 현대 럭키금성 효성 등 대기업들은 앞으로 남북교역이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 ▲대북관련 교역창구의 조직보강 ▲중개상을 통한 간접교역의 직교역전환 ▲새로운 반입품목개발등 적극적인 대응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노태우대통령의 「경제공동체 형성」 제의에 따라 남북한 경제인의 접촉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일본ㆍ홍콩 등지의 지사를 통해 현지주재 북한상사원들과의 접촉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정주영 명예회장이 북한측과 합의한 금강산관광개발ㆍ원산조선소확장ㆍ철도차량합작공장 성립등의 사업이 오는 4월로 예정된 정명예회장의 2차방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각 프로젝트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현대는 또 나훗카지역의 산림개발ㆍ목재가공공장등 소련과의 합작사업에 북한인력을 활용하는 등 북한을 참여시키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북한과 가장 활발한 접촉을 벌였던 럭키금성상사는 6백만달러에 달했던 섬유ㆍ납ㆍ열연강판등 북한산 원자재 반입을 확대,올해는 1천만달러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럭키금성상사는 최근 북한의 대성무역상사와 접촉,공작기계 2대를 반입했는데 성능검사를 거친 뒤 계속 반입할 계획이다.

그동안 홍콩ㆍ싱가포르지사를 통해 남북교역에 나섰던 삼성물산은 일본지사에도 대북교역업무를 맡도록 하는 한편 재미동포나 재중국동포를 상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삼성물산은 또 1차산품의 반입확대와 함께 섬유설비ㆍ조미료공장 설비등 경공업설비의 공급을 추진중이다.

아연괴ㆍ니켈괴등 원자재류를 주로 반입한 쌍용그룹은 장석ㆍ마그네시아크링커등 광석류도 반입할 예정이며 효성그룹은 무연탄반입을 재개하고 전기동ㆍ납등의 반입을 늘리면서 봉제의류와 타이어 등을 반출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코오롱상사가 지난해 북한 예술가의 도예작품들을 반입,백화점전시판매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데 힘입어 여러기업들이 북한의 공예품반입도 추진하고 있어 올해 백화점가에서는 북한상품의 전시판매행사가 잇따를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의 부산한 대북경제교류확대 분위기가 남북관계개선에 역효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도 없지않다.

동구권을 휩쓸고있는 민주화열풍에 잔뜩 긴장한 북한이 최근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마저 몰락하는 바람에 집안단속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파상적이라고 보일만한 우리측의 공세가 북한의 대외개방의지를 오히려 냉각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를 우려,북한을 자극하지않고 간접적으로 지원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지만 민간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남북교역에 나설경우 생길 부작용을 얼마나 최소화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측이 아무리 훌륭한 경제협력방안을 내놓더라도 북한측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아무런 성과를 거둘수 없다.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지나치게 일방적인 원조성격의 경제협력방안들을 제시할 경우 오히려 북한측이 우리의 진의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정부는 한꺼번에 요란한 방안들을 내놓는 것보다는 쌍방이 무리없이 수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방안부터 제시,결실을 본 뒤에 신뢰를 구축해나가면서 순차적으로 협력을 확대,발전시키는 수순을 밟아야 할 것이다. 기업측도 지난해처럼 성급하게 경쟁적으로 교역에 뛰어들어 저쪽에 경계심을 주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남북한의 교류확대는 신뢰회복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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