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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6공의 정치를/「미흡한 청산」에 더 머무를 수 없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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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6공의 정치를/「미흡한 청산」에 더 머무를 수 없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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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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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새로운 세기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1990년의 새해를 맞이하면서도 떨떠름한 기분과 회한과 자책감을 떨쳐버릴 수 없음은 무슨 이유인가. 두말할 나위도 없이 구랍 5공청산을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채 미완과 실패로 끝난 전두환 전대통령의 국회증언때문일 것이다.그날의 청문회는 내용에서도,형식에서도 우리 정치의 한계만을 확인해 줬을 뿐이다. 청문회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을 피한 채 강변과 변명으로 일관한 허술한 전씨의 증언내용,그리고 모처럼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폭언,고함 등의 추태와 미숙한 회의운영은 개탄스럽기까지 했다.

어느 면에서 이날 청문회는 불법과 부정으로 얼룩진 구시대의 과오를 당대에 정치적으로 청산한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를 실증했으며 이와 함께 오늘날 이땅의 정치인과 정치의 행태등 우리정치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계기가 됐을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전씨의 증언은 자세와 내용면에서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미흡하기 그지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는 발언 모두에 「부덕의 소치」 「하나의 업보」 「깊은 죄책감」 「모든 것은 본인의 책임」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막상 증언내용에 있어서는 문제된 어느 대목하나 분명하게 진상을 밝히거나 자신의 책임을 내세운 적이 없음은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 아니 할 수 없다.

우선 12ㆍ12사건을 정권탈취 목적에서 일으킨 것이 아니며 광주사태의 경우 부대배치와 이동에 직접책임의 자리에 있지 않았고 자위권(발포명령)도 무관한 것이라고 부인한 것 등은 국민을 납득시키기에 불충분한 것이다.

특히나 최대 관심사중의 하나인 정치자금문제에 있어 『민정당외에는 돈을 준 적이 없다』면서도 이 문제를 밝히면 구시대 말썽의 시비가 될 것이라며 은연중의 가시있는 여운을 남긴 것은 불쾌감마저 주고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떳떳하게 진실을 밝혀 훗날 말썽을 일찌감치 없도록 하는 것이 바른 도리라 하겠다.

이런 허술한 청문회가 되도록 한게 증인의 증언내용만 아니라 여야의 특위운영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면 정말 한심한 일이라 아니 할 수가 없다. 무작정 전씨를 옹호하고 「합의」 만을 내세워 야당의 이의를 막는데 급급한 여당도 그렇고,내용보다 형식에 매달리는 듯한 자세로 폭언,명패던지기,무질서로 특위운영을 스스로 막은 야당도 모두 국민에게 사과ㆍ인책돼야 마땅하다.

2년여를 끌어왔던 5공청산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이처럼 미완과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그것이 주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게 새겨야 할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국회증언이 우리 헌정사상 처음 이뤄졌다는 것보다는 재임중 국민의 규탄을 받을 과오를 저지르면 전직 국가원수라 할지라도 언제든 국회에 불려나와 신문에 응해야 한다는 전례를 남겼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국회증언요청을 무작정 거절한 최규하 전대통령의 태도는 두고두고 국민의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지극히 미흡하고 불만스럽지만 정치권은 더이상 5공문제에 매달려서 할 일 많은 우리정치를 정체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5공청산은 이제 장구한 시일을 두고 역사와 국민적 심판과 평가에 맡겨야 한다. 이제부터는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과 갖가지 민주화 및 당면과제에 대응하고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를 펼쳐주기 바란다.

올해는 참으로 정치권이 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막중하다. 그동안 5공청산때문에 늦춰졌던 것도 그렇지만 엄청난 대변혁의 시대에 국가적 생존과 민주화를 위한 새로운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여야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여당의 경우 올해는 노태우대통령이 5년단임 임기중 3년을 맞는 해인 만큼 집권의 청사진과 선거공약을 본격적으로 실천,국민에게 가시화해야 하며 야3당도 구태와 지역주의를 탈피,국민에게 다짐한대로 민주정치를 정착 발전시키고 민생등 각종 정책안을 의정활동을 통해 국정에 반영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야가 이른바 90년대 벽두 새로운 민주정치의 모습을 국민앞에 보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순서와 과제가 있다. 첫째 여야모두 짧게는 올해,길게는 5년내지 90년대를 겨냥한 정치발전과 국가부흥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화려한 말과 꿈의 집대성이 아니라 책임있는 공당으로서의 국정의 비전을 담아야 한다. 둘째는 정치적 5공청산의 마무리에 이어 약속대로 오는 2월 국회에서 문제된 법률개폐작업과 광주사태 보상 입법을 반드시 마무리지어야 한다.

셋째 각당은 정계개편에 앞서 연초부터 대대적인 자기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이 개혁은 단순한 간부급의 얼굴바꿈이 아니라 당 구석구석에 민주화가 이뤄지고 과감한 개방ㆍ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여야모두 어느 특정계파가 당을 독점해서는 안되며 몇몇 지도자가 마음대로 당을 전단운영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여당은 이른바 TK중심의 당운영 독점을,야당은 지역주의를 하루빨리 탈피하는 일이 시급하다.

넷째 30여년만에 부활되는 지방자치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허심탄회하게 준비하고 상호협조해야 한다. 최근 전해지고 있는 각당간의 후보연합공천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제 90년대가 시작이 됐다. 정치권은 새로운 자성속에 확고한 결의로 새로운 자세를 확립해야 한다. 국민은 더이상 묵은 정치 구태정치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무엇보다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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