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의사진행 방해도 항의 빗발전두환전대통령의 국회증언이 실시된 80년대의 마지막날은 짜증스럽고 착잡하기만 했다. 전씨의 증언이 시작되자 TV앞에 다가앉아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던 국민들은 불성실한 증언에 분노를 터뜨리다가 매끄럽지 못한 회의진행과 야당의원들의 거친 항의가 계속되자 혀를 찼다.
수차례 정회를 거듭한 청문회가 어렵게 속개될 때마다 전씨의 증언이 여전히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 듯한 어투로 일관한데다 그나마 의원들의 잇단 항의소동으로 중단되자 본사를 비롯한 언론사에는 국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항의전화는 처음 전씨의 불성실한 답변을 비난하는 내용의 대부분이었으나 하오 늦게부터는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일부 야당의원을 나무라는 전화도 걸려왔다.
서울 상계동에 사는 한 회사원은 『전씨의 증언이 그간의 의혹을 불식시켜 90년대의 새장을 여는데 기여할 만큼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닐줄 짐작했지만 혹시나 진솔한 증언이 있지않을까 기대도 했었다』며 『그러나 1년여를 입산수도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발언을 계속하는 것을 보니 아직도 국민이 무서운 것을 실감치 못한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또 40대의 한 주부는 『이왕 여야영수끼리 합의한 방식대로 증언석에 세웠으면 일단 증언을 끝까지 들어보고 보충질의를 하든지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일부 야당의원들의 태도를 비나하고 『의원명패를 던진 것은 스스로 의원직을 저버리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울거리는 영하의 추위에다 연말연시 연휴가 겹쳐 매우 한산한 분위기.
특히 시내 중심가는 대부분의 상가가 철시하고 차량행렬도 뜸해 한적했고 아파트단지 주차장은 주민들이 연휴나들이를 뒤로 미룬 채 TV를 지켜보느라 챠량이 만원을 이뤘다.
북한산 관리사무소측은 낮12시까지 1천여명만이 산을 찾아 지난 일요일에 비해 등산객이 30%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전씨의 증언이 알맹이가 없고 변명으로 일관되자 하오부터는 TV를 끄고 극장ㆍ공원 등에 몰려들기도 했다.
○…상오11시 현재 MBC가 집계한 전씨 증언의 시청률은 1년전 전씨가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할때 기록했던 72.3%에 못미치는 67.33%를 기록했다.
시청률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져 낮12시 57.66%,하오1시 51.25%,하오2시에는 48.40%에 불과했다.
청문회가 증언내용이 기대에 못미치고 야당의원들의 항의ㆍ고함으로 정회가 계속되자 시청률은 30%대로 떨어졌다가 광주관련 증언이 시작된 하오4시께 잠시 60%로 상승했으나 청문회가 계속 공전되면서 다시 떨어졌다.
○…서울교외의 골프장이용객은 평소 주말보다 20∼30%가량 줄어든 수준.
경기 성남시 남서울컨트리클럽의 경우 일요일에 평균 2백50여명이 찾았으나 이날은 1백70명이 이용했으며 휴일평균 4백여명이 이용하는 경기 화성군의 대농관악컨트리클럽에는 3백30명이 찾아왔다.
○…이날 상오10시께부터 빈좌석이 없을 정도로 1백여명의 손님으로 꽉찼던 경남 창원시 중앙동 J다방에서는 일부 손님이 『생각했던대로 뻔하다. 뭘 기대하겠느냐』며 자리를 일어서자 절반이상이 다방을 나가버렸다.
○…광주시민들은 TV앞에 몰려 TV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시민들은 외출을 하지않고 TV앞에 모였으며 전남도청 등의 비상근무자도 책상위에 TV를 내놓고 한순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경청했다.
녹화중계방송이 시작된 상오11시부터 금남로거리는 차량통행이 뜸했으며 행인도 드물었다.
이날 상오 망월동 5ㆍ18묘원에는 고교생 50여명이 3∼4명씩 찾아와 헌화했다.
○…전씨의 생가인 경남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 80여가구 주민들은 상오 일찍부터 이웃나들이도 하지않는 등 인적이 끊긴 상태였다.
TV방송을 지켜보던 이 마을 백모씨(57)는 『한마디로 서글프다』면서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을 한해가 저무는 날에 불러내 증언을 시키는 자체가 무엇인지 잘못됐다』고 말했다.
○…전전대통령과 함께 본의 아니게 1년여를 생활한 백담사입구 부락인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2리 주민들도 상오10시 넘어서부터 TV앞에 모여 앉아 전전대통령얘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20가구가 채 안되는 용대2리 부락주민들은 요즘 고성쪽 계곡 10여㎞에 설치돼 있는 명태덕장에 나가 명태를 덕장에 걸어 말리는 작업이 한창인데 이날은 대부분 일손을 멈추고 TV를 시청.
김진만이장(43)은 『뒤늦게 증언대에 섰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큼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놓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백담사로 돌아온 다음의 생활이 평화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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