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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아버지 돌아가셨지만... 경찰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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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아버지 돌아가셨지만... 경찰에 감사해요”

입력
2020.01.15 15:00
수정
2020.01.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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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부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수색과정 지켜본 유족이 경찰청에 알려 표창장

대구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이배호(왼쪽부터) 반장, 허등국 형사, 이상경 형사, 박준우 팀장, 노동석 형사가 장기 실종자 관련 파일을 가지고 회의를 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대구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이배호(왼쪽부터) 반장, 허등국 형사, 이상경 형사, 박준우 팀장, 노동석 형사가 장기 실종자 관련 파일을 가지고 회의를 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대구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형사들과 수색 경찰들이 지난해 11월15일 경북 경산시 한 산을 수색하기 전 수색요령을 듣고 있다. 대구 서부경찰서 제공
대구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형사들과 수색 경찰들이 지난해 11월15일 경북 경산시 한 산을 수색하기 전 수색요령을 듣고 있다. 대구 서부경찰서 제공
대구 서부경찰서 노동석 형사가 실종 노인의 가족과 같이 만든 카카오톡 단톡방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김민규 기자 whietkmg@hankookilbo.com
대구 서부경찰서 노동석 형사가 실종 노인의 가족과 같이 만든 카카오톡 단톡방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김민규 기자 whietkmg@hankookilbo.com

‘아버지가 아직 살아계시겠죠? 꼭 좀 찾아주세요, 형사님.’

새벽 1시 대구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노동석(42ㆍ경사) 형사의 ‘카카오톡’ 알람이 잠을 깨웠다. ‘열심히 찾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실종자 수색이 시작된 뒤로 휴대폰 알람은 자정이 넘어서도 어김없이 울렸다.

경찰에 실종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해 11월4일. 치매가 의심되는 70대 후반의 노인은 휴대폰도 없이 얇은 겉옷만 걸치고 나갔다고 했다. 단서는 폐쇄회로(CC)TV 뿐이었다. 박준우(34·경감) 수사팀장 등 형사 30여명은 야근에 주말까지 반납하며 CCTV를 뒤졌다. 일주일만에 경북 경산시 외곽의 한 버스 종점에서 노인의 모습이 포착됐다. 가파른 산이 앞을 막았다.

산 수색이 시작됐다. 노인 가족도 동참했다. 노 형사는 가족들과 단톡방을 만들어 수시로 진행상황을 알렸다. 발자국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노인이 버스에서 내린 저녁 시간에 종점에서 출발해 어두운 산으로 올라 보기도 했다.

실종 2주가 다 되가면서 경찰병력이 철수했다. 생존 가능성도 낮아졌다. 박 팀장은 “꼭 찾아드리겠다”고 가족들을 안심시켰지만 부담은 커져만 갔다. 꿈에도 낯선 노인이 보였다.

같은달 17일 오전 8시. 경찰관이 빈 자리에 4대의 드론이 ‘쌩’하며 하늘로 솟구쳤다. 경찰견들도 목줄이 풀리자마자 가파른 산길을 쏜살같이 뛰어 올라갔다. 40분 뒤 고함이 들렸다.

“차렷이다.” 경찰견이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뜻이었다. 경찰견이 앉아 있는 곳에서 몇 발짝 떨어지지 않는 곳에 작은 웅덩이가 보였다. 노인은 물에 빠진채 숨져있었다. 실종사건은 해결됐지만 유족에게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유족들이 황소울음을 토해냈다. 형사들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격한 울음이 잦아든 후 유족이 노 형사에게 다가왔다. 어떤 험한 말이라도 들을 각오를 했다. 으레 유족들은 ‘조금만 일찍 찾았다면 살아계셨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정말 고맙습니다.” 뜻밖에 유족이 노 형사의 손을 덥석 잡았다. “2주간 수색작업을 다 지켜봤다”는 유족은 “불철주야 애를 써주지 않았다면 아버지 시신도 못 찾았을 것”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노인의 장례식에는 수색 경찰들도 참석했다.

같은 달 29일 서부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앞으로 떡이 배달됐다. 유족들이 직접 만든 떡이었다. 고마운 마음이 담긴 편지도 있었다. 한 유족은 “사업을 하면서 나라에서 왜 이렇게 세금을 많이 걷어가나 불평이 많았는데, 경찰들이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싹 없어졌다”는 털어놨다.

고인의 아들이 지난해 12월초 경찰청에 이 사실을 알렸다. 사실관계 확인 후 대구 서부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은 표창장을 받게 됐다.

허등국(37·경사) 형사는 “유족들이 경찰청에 이 사실을 알려 수사팀이 표창장을 받게 됐지만 마음이 착잡하다”며 “경찰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진 것 만으로도 충분히 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박준우(34·경감)여성청소년 수사팀장이 노인이 실종된 산의 지도를 보여주며 당시 수색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박준우(34·경감)여성청소년 수사팀장이 노인이 실종된 산의 지도를 보여주며 당시 수색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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