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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구 구미청소년경찰학교장 “일진이었던 학생이 약자 편에 섰다는 소식에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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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구 구미청소년경찰학교장 “일진이었던 학생이 약자 편에 섰다는 소식에 뿌듯”

입력
2019.07.20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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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구 구미청소년경찰학교장이 구미청소년경찰학교 현황과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이민구 구미청소년경찰학교장이 구미청소년경찰학교 현황과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여러분 얼굴이 범인 몽타주로 찍혀 나오고, 손목에 수갑을 찬다고 상상해 보세요.” 지난 17일 오전 9시 경북 구미시 송원동로 구미청소년경찰학교를 찾은 구미 도송중 학생 30명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영상물로 시작한 이날 교육에 학생들은 3시간 내내 귀를 쫑긋 세우고 손을 들어 궁금증을 풀었다. 학교폭력 예방ᆞ근절 교육이었다.

이 교육을 주관하고 있는 구미청소년경찰학교는 전국 50개 청소년경찰학교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자부한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호신술과 진로체험교육, 과학수사체험, 시뮬레이션 사격, 몽타주 그리기, 제복 체험, 집단 심리상담 등 다채로운 교육 과정에 인기가 높다. 이 중 시뮬레이션 사격과 몽타주 그리기는 최고 인기 종목이다.

구미청소년경찰학교는 지난 2017년 교육부 특별교육 이수기관으로 지정됐다. 비행소년과 소년범, 가해 학부모 대상 선도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강사진도 경찰로 한정하지 않고 청소년 전문상담가, 플로리스트 등 전문가 6명으로 꾸렸다. 또 30명 내외 반별 수업으로 프로그램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했다.

이 학교가 전국 49개 학교를 앞질러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데는 이민구(51ᆞ경위) 교장의 숨은 노력이 있다. 이 교장은 “전국에 청소년경찰학교가 50곳이나 되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많다”며 “청소년경찰학교가 경찰의 얼굴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옛 구미 송정파출소를 리모델링 해 2014년 6월 출발한 구미청소년경찰학교는 지난 5월까지 547회 교육에 학생 1만3,149명이 동참했다. 이곳은 1개 건물 2개층 166㎡의 소규모지만 타지의 벤치마킹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동, 경주, 군위 등 경북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운영방법 등을 배우러 온단다.

이민구 구미청소년경찰학교장이 17일 구미 도송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이민구 구미청소년경찰학교장이 17일 구미 도송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처음부터 장밋빛 코스는 아니었다. 교보재도 턱없이 부족해 탁상행정이라는 소리부터 들어야 했다. 이 교장은 “당초 홍익청소년경찰학교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기존 파출소에 간판만 달 놓은 수준이었고 예산도 뒷받침되지 않아 거의 방치 상태였다”며 “2015년 교장으로 부임한 뒤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에게 좀 더 친근감 있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전국의 성공 사례를 뒤졌고, 청소년 전문강사를 섭외하는 데 공을 들였다. 경찰이라는 특수성도 살리고,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에 전력을 다했다. 경찰청과 경북도교육청, 구미시청 등을 찾아다니며 지원을 이끌어냈다. 그는 “교육 영상제작을 위해 구미 출신 인기 가수 황치열을 만나려고 수개월 동안 공들여 성사시킨 것은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구미청소년경찰학교에서 4년째 전임 상담사를 맡고 있는 장희진(43) 씨는 “교육이 진행될수록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아진다”고 말했고, 동료 이형철(31) 순경은 “이민구 교장의 열정이 우리 학교를 이끌어 온 원동력”이라고 했다.

이 학교에도 고민은 있다. 해마다 참여자가 늘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이전 예정인 구미경찰서 부지 활용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이 교장의 20여년 경찰 생활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곳도 이곳 구미청소년경찰학교다.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경찰의 학교폭력 검거 현황은 2015년 1만2,495건에서 2016년 1만2,805건, 2017년 1만4,000건, 지난해 1만3,367건으로 상승세여서 청소년경찰학교의 역할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는 “순수한 눈동자의 학생들을 만나면서 스스로도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일진이었던 학생이 교육을 통해 더 이상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고, 오히려 약자의 편에 서게 됐다는 소식을 접할 때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또 “전국 청소년경찰학교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청년들을 키워 내는 자양분이 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구미=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그림 3이민구 구미청소년경찰학교장이 17일 구미 도송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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