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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中, 장군 군기잡기?... 군사평가 못 보면 별 뗀다

입력
2019.04.07 16:00
수정
2019.04.07 16:5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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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에 모여 하루 종일 진급 시험을 치르고 있는 중국의 장군들. 중신망 캡처
체육관에 모여 하루 종일 진급 시험을 치르고 있는 중국의 장군들. 중신망 캡처

실내 체육관에 군복을 입은 어르신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다. 책상 위에 커다란 하얀색 종이를 펼쳐 놓고 노려보듯 응시하더니 벌떡 일어나 분주한 손놀림으로 무언가를 적기 시작한다. 다시 앉더니 골똘히 생각하며 머리를 싸맨다. 그렇게 반복하다 몇 시간이 흘렀다. 배부른 체형에 주름 가득한 얼굴, 지칠 법도 하건만 긴장 가득한 저마다의 표정에는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지난달 22일 중국 육군 장성 200명이 전국 7개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이른바 ‘군 지휘관 군사훈련 등급평가’다. 그런데 단지 요식행위로 거치는 시험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시험 성적을 장군들의 진급과 연동시킬 방침이다. 평생 군에 몸담으며 존경과 권위의 상징인 ‘별’을 달았고, 수많은 병력을 지휘하며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고 있지만 시험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당장 옷을 벗고 군을 떠나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시험은 8시간 넘게 진행돼 자정이 다 돼서야 끝났다. 장군들은 군사훈련 기초이론, 기본기능, 지휘능력, 체력 등 4개 분야에 걸쳐 진땀을 쏟았다. 미래의 전장에서 지휘관으로서 자질이 충분한지 검증을 받는 절차다. 평가를 맡은 한 교수는 “이번 시험은 군 간부의 지휘능력을 판별하는 방식의 하나일 뿐”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유형의 평가를 통해 다각적으로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분위기를 잡았다. 시험이 끝이 아니라는 엄포나 마찬가지다.

중국이 이처럼 장군들을 다그치는 건 ‘강한 지휘관이 강군을 만든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위대한 중국의 꿈(中國夢)은 강국의 꿈(强國夢)이고, 그 토대는 강군의 꿈(强軍夢)이라며 국방 개혁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에 내년까지 지휘관리와 작전체계를 새로 정비해 2050년에는 세계 최강 군대로 육성할 계획이다. 그 중심에는 지휘관이 있다. ‘사자 한 마리가 이끄는 양 무리는 양 한 마리가 이끄는 사자 무리를 물리칠 수 있다’던 나폴레옹의 격언을 몸소 실천하는 셈이다.

하지만 ‘군기 잡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0, 70대 장군들에게 전투수영을 시키며 군부 통제를 강화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국에서 시 주석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만 군부에 아직도 정리해야 할 잔재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장군 진급 시험 이틀 뒤, 중국 티베트 자치구의 수녀와 승려 3만여명도 시험을 치렀다. 지난해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종교 관련 규정은 물론 헌법과 국가보안법, 테러방지법 등이 시험 과목에 포함됐다. 중국 교육부는 “국가의 법이 종교 규범보다 우월하고, 법을 준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사회의 안정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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