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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제 식민지배 불법성 확인한 대법 ‘강제징용’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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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제 식민지배 불법성 확인한 대법 ‘강제징용’ 배상 판결

입력
2018.10.31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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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결국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11대 2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2005년 한국 법원에 첫 소송이 제기된 지 13년여 만으로, 현재 원고 4명 중 98세의 이춘식씨 혼자만 생존해 있다. 이번 판결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도 불구, 개인의 배상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강제징용 소송이 양승태 사법부 재판거래 의혹의 대표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진행 중인 검찰 수사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인 개인배상 청구권 소멸 여부에 대해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했다. 한일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인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위한 협상이 아니라 양국 간 재정적ㆍ민사적 채권ㆍ채무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어서 개인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구권 협정문이나 그 부속서 어디에도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언급하는 내용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패소로 결론이 난 2003년 일본 법원의 판결 효력이 국내에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 법원의 판결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는 원심 판단은 관련 법리에 비춰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전제에서 내린 일본 법원의 판결은 국내에서 효력을 가질 수 없다는 원칙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2012년 대법원이 내린 배상판결과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당시 법원행정처 고위간부들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부 인사를 수차례 만나 대법원 판결을 뒤집거나 소송 진행을 미루는 방안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일련의 과정에 양 전 대법원장이 보고를 받고 재가한 정황이 발견됐다. 이 사건이 대법원에 재상고된 지 5년여 만에 지각결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사법농단 의혹 ‘몸통’ 수사와 진상 규명의 필요성도 그만큼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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