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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국립공원 왜철쭉으로 몸살… 일본 철쭉 걷어낸다

뉴스+ • 2024.07.18

매년 수십만명이 찾는 지리산 국립공원 철쭉 군락지 내 일본에서 유래된 왜철쭉이 확산하면서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20일 첫 공식 조사에 들어간 데 이어 전문가, 주민들과의 협의를 거쳐 일본에서 유래한 철쭉을 제거하기로 했다.

21일 국립공원 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전문가, 지리산 국립공원 전북사무소 직원으로 구성한 대봉철쭉공동조사단은 생물다양성의 날을 이틀 앞둔 20일 전북 남원 운봉읍 지리산 국립공원 바래봉과 팔랑치에 걸쳐 철쭉 현황을 조사했다. 결과 상당 부분이 자생종인 산철쭉 이외에 일본산 철쭉인 자산홍과 영산홍, 흰철쭉으로 뒤덮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정희가 남긴 지리산 국립공원 철쭉
국립공원을 사랑하는 시민모임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리산 국립공원 내 철쭉 군락지가 형성된 배경은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농가소득 프로젝트 중 하나로 바래봉 일대에 호주에서 들여온 면양을 방목해 키우도록 했다. 1970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면양을 관리했던 운봉읍 주민 한종식(68)씨는 “면양은 다른 풀과 나무를 모조리 먹어 치웠지만 독성이 있는 철쭉만은 유일하게 먹지 않아 철쭉만 살아 남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는 사이 1990년대 중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면양 사업은 중단됐고 바래봉 일대는 철쭉 군락지로 명성을 얻게 됐다. 산철쭉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왔고 당시 남원시와 주민들은 산철쭉이 없는 곳곳에 원예종인 일본에서 유래한 자산홍과 영산홍, 백철쭉을 심었다. 연한 자주색 빛을 띠는 산철쭉 외에 색감이 진한 자산홍과 붉은 색을 띠는 영산홍, 흰철쭉이 어우러지면서 관광객들을 끌어 들였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4월이면 열리는 지리산 운봉 바래봉 철쭉제는 한 때 연간 50만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다른 축제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18년 27만명으로 줄었고 2019년은 미세먼지로 인한 축제기간 축소로 10만명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알록달록 해진 철쭉으로 생태계는 몸살
20일 대봉철쭉공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왜철쭉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조사단은 산철쭉 이외에 왜철쭉에 끈을 묶어 표시하기로 했으나 예상보다 많아 무인 정찰기(드론)을 띄우고 도면을 활용해 산철쭉과 왜철쭉을 구분하기로 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훼손 범위로 추정한 지역 규모는 약 6만6,000㎡(약 2만평)이다.

주민들은 보기에도 좋고 관광에도 도움이 되니 문제될 게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야생동식물의 터전인 국립공원의 생태계를 보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왜철쭉의 일부 제거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석곤 순천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이대로 방치하면 자생종인 산철쭉이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며 “예쁜 경관이지만 인간이 실수로 한 낙서와 같다. 원래 생태계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제는 주민의 이해와 설득 기반의 복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훼손된 지역을 인위적인 방식이 아닌 자연스럽게 생태계 회복을 도우면서 생물다양성 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목초지로 변한 지역에 관목이나 자생하는 생물을 일부 식재하는 한편 철쭉 군락지 내에서도 일부 왜철쭉 제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철쭉 제거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한종식씨는 “남원시와 주민들이 예산과 인원을 들여 (철쭉)작업을 해놨는데 제거해야 한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다 같은 철쭉인줄 알았는데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고 보니 자생종과 외래종을 구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어 “자연 환경적으로 복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 되지만 주민들도 나름대로 입장이 있다”며 “주민들에게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지리산 국립공원 일대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이해와 설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소민석 지리산 국립공원 전북사무소 자원보전과 팀장은 “국립공원 보호지구를 관리하는 데에는 지역주민과 같이 가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고 있다”며 “대체 관광지를 만드는 등 지역주민들의 이해와 설득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는 “앞으로도 생태계 복원 사업에 있어 주민들과의 갈등 사례는 나타날 수 있다”며 “공단도 원칙만 밀고 나갈 게 아니라 주민들과 협업하는 방식의 복원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전효정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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