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공간 사람 • 2024.07.18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며 집을 짓자고 말을 꺼낸 건 남편이었다.
네 식구는 직전까지 서울의 20평대 아파트에서 살았다.
아이들에게 '뛰지 마', '쿵쿵대면 아랫 집에서 싫어해' 같은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했다.
답답하기는 어른도 마찬가지였다.
밤늦게 영화 한 편 보려 하면 아이들을 깨울까 눈치를 봤다.
아내 김근영(40)씨는 건축가와 만난 자리에서 "숨을 곳이 많은 집"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각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공간이 필요했다.
부부 간에도, 부모 자식 간에도 일정한 거리 두기는 필요한 법이다.
내부는 그래서 숨을 곳 천지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남편은 퇴근하고 아이들을 재운 뒤 '아빠 집'으로 불리는 별관으로 건너간다.
볼륨을 높이고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공간으로, 방음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손님이 오면 술을 마실 수 있는 바로 변신한다. 아이들에게 가끔 빼앗기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집 공간 사람]
집은 ‘사고 파는 것’이기 전에 ‘삶을 사는 곳’입니다. 집에 맞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요? 삶에, 또한 사람에 맞춰 지은 전국의 집을 찾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