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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르도 못 구해"… 틱톡이 띄운 '두바이 초콜릿' 맛은?

지난 10일 오전 10시 30분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몰 입구 셔터문이 올라갔다. 개점과 동시에 문 앞에 있던 손님 일부가 잰걸음으로 입장했다. 명품숍 '오픈런'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들의 목적지는 건물 5층에 있는 한 '팝업스토어(한정판매 매장)'. 도착한 곳에서는 서울의 한 유명 디저트 카페가 손바닥보다 작은 수제 초콜릿을 팔고 있었다. 매장이 문을 열자마자 계산대 앞에 30여 명이 줄을 섰다. 대기줄 옆에는 '초콜릿은 1인당 2개만 구매 가능하다'는 안내판이 있었다. 초콜릿 가격은 개당 9,500원. 크기에 비해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사람들 표정엔 '품절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실제로 한 시간도 안 돼 오전 물량이 완판됐다. 간발의 차이로 허탈감을 안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생겼다. 평일 오전부터 '오픈런'을 부른 초콜릿의 정체는 20·30세대에서 핫한 '두바이 초콜릿'이다. 초콜릿 안에 들어간 피스타치오와 튀긴 카다이프(중동식 면)가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몇 달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불자 대형 쇼핑몰에도 전날 판매점이 생겼다. 두바이 초콜릿을 구매한 옥해원(29)씨는 "바삭한 크런키 스타일 초콜릿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먹어보고 싶었다"며 "가격이 비싼 감은 있지만, 워낙 유행이어서 한 번쯤은 시도해 볼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선물용으로 구입한 박성종(33)씨는 "언제 구매할 수 있을지 몰라 일부러 시간을 내서 왔는데, 고생한 보람이 있다"며 미소 지었다. 두바이 초콜릿 구매자들은 "SNS에서 인플루언서가 먹는 걸 보고 나서 호기심이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김모(26)씨도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콘텐츠를 보기 전까진 두바이 초콜릿이라는 게 존재하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두바이 초콜릿을 검색하면 최소 1만6,000개 이상의 콘텐츠가 확인된다. 인플루언서들의 '먹방(먹는 방송)'은 물론, 일반인이 두바이 초콜릿을 만드는 영상부터 유명 가게 제품의 구매 '인증샷' 등 내용도 다양하다. 두바이 초콜릿 열풍은 한국에 앞서 해외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출신 인플루언서 마리아 베히라가 틱톡에 두바이 초콜릿을 먹는 영상을 올리면서 붐이 일었다. 그가 먹은 초콜릿은 두바이 업체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의 제품이었다. 두바이 현지에서도 해당 제품 구매가 쉽지 않아 "만수르(UAE 왕자·세계적인 거부)도 구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원조 두바이 초콜릿은 아직 한국에 정식 수입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초콜릿 전문점이나 디저트 카페 등이 자체 레시피로 두바이 초콜릿을 만들어 판매하는 실정이다. 유통업계도 먹거리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가장 먼저 편의점 CU가 지난 6일 두바이 초콜릿 판매에 돌입했고, GS25와 세븐일레븐도 출시를 예고했다. 편의점 제품은 원조 초콜릿과 재료가 다른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이어서 맛에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마저도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0일 서울 중심가에 있는 CU 편의점 3곳을 방문한 결과 어느 곳에도 두바이 초콜릿은 없었다. 점주들은 "본사에 제품 발주를 넣었지만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편의점 두바이 초콜릿은 정가(CU 기준 4,000원)의 최대 2배 가격으로 온라인 시장에서 재판매되고 있다. 두바이 초콜릿의 인기는 지난해 탕후루 열풍의 바통을 이어받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먹거리가 유행하는 이유는 우선 '소확행(일상 속 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설명 가능하다. 고가의 부동산이나 수입차, 해외여행, 명품 등과 같이 경제력에 따라 접근이 쉽지 않은 대상에 비해 디저트는 구매 진입장벽이 낮다. 독특한 생김새 덕분에 SNS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쉽다는 공통점도 있다. 두바이 초콜릿의 경우 희소성 덕분에 존재감이 부각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희소한 물건에 끌리는 욕구가 있다"며 "남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을 손에 넣었을 때 인정욕구가 충족되고, 자신감도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디토(Ditto) 소비'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디토란 '마찬가지'라는 뜻의 라틴어로, 유명인의 소비 취향을 따라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올해의 소비 트렌드로 지목한 키워드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소비는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의사결정인데 '디토 소비'의 경우 (그런 과정 없이) '나도' 하고 추종해 버린다"면서 "특히 사람에 대한 추종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과당이 많은 탕후루처럼 두바이 초콜릿 역시 당분이 적잖다는 점에서 건강상 우려는 있다. CU가 판매 중인 두바이 초콜릿 한 개(48g)에는 포화지방이 8g 포함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고한 1일 영양기준치(15g)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포화지방을 과잉 섭취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악영향을 미친다. 당분도 14g이 들어 있어 1일 권고량의 14%를 차지하고, 열량도 234㎉로 높은 편이다. 유행을 좇아 두바이 초콜릿 판매점이 우후죽순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묻지마 창업'의 경우 반짝 인기가 사그라들면 줄폐업 위기에 놓이게 된다. 2016년 유행을 주도한 '대만식 카스테라' 전문점과 지난해 탕후루 가게가 대표적이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 1,124개의 탕후루 가게가 문을 열었다. 연말 기준 이 중 72곳이 폐업했고, 올해 들어서도 최소 19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달 들어서는 하루 평균 2개꼴로 탕후루 가게가 폐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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