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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일하면 주는 퇴직금... 쿠팡 노동자는 잠깐 쉬면 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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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일하면 주는 퇴직금... 쿠팡 노동자는 잠깐 쉬면 리셋?

입력
2024.10.21 17:20
수정
2024.10.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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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일용직에게도 퇴직금 지급하던 쿠팡
취업규칙 변경 후 '1년 연속' 못 하면 리셋
"규칙 변경 동의한 적 없다" 노동자 주장도
CFS 측 "지급 대상 아님에도 지급하는 것"

1년 넘게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일했으나 퇴직금을 받지 못한 피해 노동자 A씨가 복면과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기자회견에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A씨는 "국정감사에서 (CFS 대표가) 지난해 근로자들에게 (취업규칙 변경) 동의를 받아서그 동의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고 하는데, 전 방송 보고 동의서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며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과 동의 절차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류기찬 인턴기자

1년 넘게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일했으나 퇴직금을 받지 못한 피해 노동자 A씨가 복면과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기자회견에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A씨는 "국정감사에서 (CFS 대표가) 지난해 근로자들에게 (취업규칙 변경) 동의를 받아서그 동의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고 하는데, 전 방송 보고 동의서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며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과 동의 절차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류기찬 인턴기자

"쿠팡 논리대로면 11개월 근무하고 한 달 쉰 뒤 다시 11개월 성실하게 근무하더라도, 이 노동자는 퇴직금이 한 푼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이 됩니다. 무려 22개월을 성실하게 근무했는데도 말입니다. 뽑고 자르기 쉽게 하려고 일용직으로 쓰면서, 퇴직금까지 떼먹어야 속이 시원합니까."(김상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

쿠팡의 물류 계열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일용직·계약직 노동자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퇴직금 관련 취업규칙 조항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바뀌면서 1년 넘게 일하고도 퇴직금을 못 받은 사례가 늘어나면서다. 노조는 CFS가 '노동자 과반수 동의' 같은 법적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도 의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는 2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쿠팡 측 행태와 고용노동부의 소극 대처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021년 제정된 과거 CFS 일용직 취업규칙에 따르면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면 퇴직금이 지급됐다. 계속근로기간은 입사일부터 근로계약 종료 시까지 전체 재직 기간을 뜻한다. 이때는 퇴직금 지급 기준인 '4주 평균 주 15시간 근로'보다 적게 일한 기간은 빼고 나머지 기간을 합쳐 1년이 넘으면 일용직도 퇴직금을 받았다.

취업규칙 바뀌고 퇴직금 체불 진정 160여 건

문제는 지난해 5월과 올해 4월 두 차례 취업규칙이 바뀐 이후 불거졌다. 노조에 따르면 바뀐 쿠팡 단기사원 취업규칙은 '(일용직) 사원은 1일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당일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며 '주휴일·연차유급휴가·퇴직금의 지급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다만 '호혜적 정신'에 따라, 쿠팡이 세운 기준을 충족할 경우 퇴직금을 지급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 기준은 '4주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달이 1년 이상 연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쿠팡 퇴직금 미지급 피해 노동자(가운데)와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조합원 등이 2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쿠팡 퇴직금 미지급 피해 노동자(가운데)와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조합원 등이 2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달리 말해 얼마나 쿠팡에서 오래 일했든, 공백이 발생한 사정이 무엇이든 '주당 근로시간 15시간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는 달이 중간에 한 번이라도 생기면 근로 단절로 보고 근속 기간을 '0'으로 초기화한다는 의미다. 노동계에서는 "일하다 다쳐서 쉬거나 쿠팡의 '출근 확정'을 받지 못해 일을 못한 경우도 노동자 책임이란 말이냐"고 반발한다.

취업규칙이 바뀐 이후 고용부에 접수된 쿠팡 퇴직금 미지급 진정은 16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보통 악덕기업들은 (퇴직금을 안 주기 위해) 10개월 일 시키고 해고한 다음 다시 고용하는 방식으로 법을 회피한다"며 "쿠팡은 이마저도 귀찮았던 것인지 취업규칙을 바꿔버렸다"고 주장했다.

취업규칙 변경 과정이 적법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과반수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고 동의 절차도 없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퇴직금 미지급 피해 노동자 A씨는 "(취업규칙 변경 당시인) 지난해 5월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취업규칙 변경 사실도 몰랐고 안내를 받은 적도, 동의한 적도 없다"며 "다수 노동자가 신고를 하니 뒤늦게 올해 4월 취업규칙 설명회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어차피 못 받는다며 취하 권고한 감독관도"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고용부는 현재 진행 중인 일부 사건을 빼고는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모두 기각 처리했고, 일부 사건에서는 근로감독관이 어차피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며 취하를 권고했다"면서 상황을 방치한 고용부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고용부는 퇴직금을 체불한 쿠팡을 즉각 처벌하고, 퇴직금 지급을 강제하라"고 촉구했다.

CFS의 퇴직금 미지급 문제는 지난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CFS 측은 "일용직은 일 단위로 근로계약이 체결·종료되기에 퇴직급여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한 경우 일용직에게도 퇴직금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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