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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후보 발언 팩트체크하면 "삐~" 트럼프만 대부분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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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후보 발언 팩트체크하면 "삐~" 트럼프만 대부분 '거짓'

입력
2024.10.22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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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팩트체크 전문매체 '폴리티팩트'를 가다

미국 대선 후보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전 대통령과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필라델피아=AFP 연합뉴스

미국 대선 후보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전 대통령과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필라델피아=AFP 연합뉴스

#.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들을 위해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예산 10억 달러(약 1조3,700억 원)를 훔쳤습니다. 그리고 FEMA는 파산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미국 남동부를 강타해 200명 이상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헐린' 피해 재건에 쓸) 돈이 없습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기자들에게 한 이 발언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새빨간 거짓말(Pants on Fire)"이다. 미국의 비영리 팩트체크 전문매체 폴리티팩트가 시시비비를 가린 결과다. 폴리티팩트 소속 기자 2명이 달라붙어 30여 개 관련 소스를 훑고 거짓 발언이라고 판정했다.


폴리티팩트 홈페이지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관련 허위 주장을 팩트체크한 결과가 공개돼 있다. 폴리티팩트 홈페이지 캡처

폴리티팩트 홈페이지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관련 허위 주장을 팩트체크한 결과가 공개돼 있다. 폴리티팩트 홈페이지 캡처

다음 달 실시되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폴리티팩트의 미국 워싱턴 사무실을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찾았다. 2007년 출범한 폴리티팩트는 정치인의 발언이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대해 팩트체크를 한 후 △사실 △거의 사실 △절반만 사실 △거의 거짓 △거짓 △새빨간 거짓말 등 6개 등급을 매겨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그 공로로 2009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날 만난 루이스 제이콥슨 수석 기자와 사라 스완·그레이스 아벨스 기자는 "허위 정보는 진실보다 더 빨리, 더 멀리 가지만 한 명에게라도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다면" 팩트체크는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이들과의 대화를 재구성한 일문일답.

루이스 제이콥슨 폴리티팩트 수석 기자가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 사무실에서 팩트체크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영은 기자

루이스 제이콥슨 폴리티팩트 수석 기자가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 사무실에서 팩트체크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영은 기자

-팩트체크는 어떤 방식으로 하나.

"6개 등급 중 '거의 사실'은 꽤 정확한 발언이지만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절반만 사실'은 일부 정확하지만 중요 사실이나 세부 정보가 누락됐다는 발언에 해당한다. '거의 거짓'과 '거짓'도 마찬가지.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은 (거짓말쟁이를 놀릴 때 쓰는 표현인) '새빨간 거짓말'로 분류한다. 기본적으로 팩트체크는 관련 자료와 전문가 취재 등을 통해서 한다. 먼저 기자가 취재를 통해 등급을 정해 제안하면 3명의 에디터가 꼼꼼히 보고 토론한 후 최종 결정한다. 결과를 홈페이지에 올릴 때 팩트체크에 이용한 취재처도 함께 전부 공개한다."

-팩트체크한 결과는 어떻게 알리나.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틱톡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시스템이 잘돼 있다. 우리가 팩트체크를 해서 △거의 거짓 △거짓 △새빨간 거짓말로 판명해 태그한 게시물은 페이스북 알고리즘에 반영돼 피드에 노출이 안 된다. 알고리즘을 뚫고 보이더라도 회색 화면으로 덮여 '(거짓으로) 팩트체킹된 것인데 보겠느냐'고 묻는 도구가 들어간다. 허위 정보를 올린 게시자가 이로 인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틱톡은 조금 다르다. 페이스북 같은 툴은 따로 없고, 우리의 팩트체크 결과를 내부에서 활용한다. 우리 피드백에 따라 게시물에 라벨링을 추가하거나 영상을 내릴지 여부는 틱톡이 결정한다. 이와 별개로 우리는 관련 기사를 만들어 웹사이트에 올린다."

-팩트체크의 주 독자층은 누구고 얼마나 많이 보나.

"웹사이트로 직접 들어오거나 구글 검색을 타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구글과도 파트너십을 맺어 검색했을 때 우리 결과가 더 잘 보일 수 있게 했다. 뉴스레터와 문자메시지로 구독해 보는 이들도 있다. 언론사를 통해서도 우리가 발행한 글이 퍼진다. 페이스북에 뜬 게시물을 보고 우연히 들어오는 이들도 많다. 게시물을 몇 명이나 읽었는지는 알 수 있지만, 얼마나 공유됐고 그걸 또 몇 명이나 읽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어떤 특성을 가진 독자층인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사라 스완 폴리티팩트 기자가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 사무실에서 팩트체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영은 기자

사라 스완 폴리티팩트 기자가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 사무실에서 팩트체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영은 기자

-허위정보의 특성상 팩트체크를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할 텐데.

"팩트체크 결과가 아무리 널리 퍼져도 허위정보만큼은 아닌 게 사실이다. 한두 명만 읽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확산 속도가 빠른 소셜미디어상 허위정보 대응에는 속도가 중요하기에 당일이나, 오래 걸려도 하루 이틀 내 팩트체크 결과를 낸다. 정치나 정책 분야 허위정보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편이다."

-언론 보도에서 기계적 중립을 맞춰야 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선거에서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후보가 있더라도 상대 후보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든지.

"설립 때부터 우리의 원칙은 '사람'보다 '발언'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팩트체크 대상의 발언도 중요도나 흥미가 높은 순으로 정한다. '이 사람의 발언 10개를 팩트체크했으니, 저 사람 발언도 10개 한다'는 식의 규칙은 없다. 우리 데이터베이스에는 누가 더 거짓말을 많이 했는지에 대한 수치가 있지만, 기사를 올릴 때 그런 부분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공식석상 발언과 트위터에 쏟아낸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있을 때 전자를 우선 검증하나.

"우리 판단에는 트위터에 올린 글이든 토론회에서의 발언이든 똑같이 중요하다. 물론 팩트체크를 할 때는 언제, 어디서 나온 발언인지를 알려서 독자가 판단하게 한다. 대선 후보라면 그들의 발언은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인이 논란이 될 발언을 한 이후 보다 정제된 내용으로 공식 성명을 내놓는다면 전자를 팩트체크한다."

루이스 제이콥슨 폴리티팩트 수석 기자 뒤에 있는 모니터에 유력 정치인들의 발언을 팩트체크한 결과가 띄워져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래프는 절반 이상이 '거짓'을 뜻하는 붉은빛을 띤다. 권영은 기자

루이스 제이콥슨 폴리티팩트 수석 기자 뒤에 있는 모니터에 유력 정치인들의 발언을 팩트체크한 결과가 띄워져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래프는 절반 이상이 '거짓'을 뜻하는 붉은빛을 띤다. 권영은 기자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 정치인이 거짓말을 많이 했나.

"지난 2월쯤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 1,000개를 팩트체크한 결과를 그래픽으로 만들어 봤다. 대통령을 역임한 데다 대선 후보도 세 차례나 했고, 워낙 말이 많아 팩트체크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의 팩트체크 결과 중윗값은 '거짓'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정치인은 '절반만 사실'이 중윗값으로 나온다. 아무리 말을 신중하게 하는 정치인이라도 중윗값이 사실이나 거의 사실에 근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그가 대선 후보가 되기 전에 이 그래픽을 만들었기에 팩트체크 결과가 포함되지 않았다."


폴리티팩트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발언을 팩트체크한 결과 '절반만 사실'인 발언이 가장 많았다. 폴리티팩트 홈페이지 캡처

폴리티팩트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발언을 팩트체크한 결과 '절반만 사실'인 발언이 가장 많았다. 폴리티팩트 홈페이지 캡처


-이런 활동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르지는 않나.

"정치인이 직접 불만을 표하기보다는 지지층에서 반발이 크다. 공화당 지지층은 꾸준히 불만을 제기했고, 민주당 지지층은 '우리 편을 안 들어줬다'고 생각되면 불만을 쏟아내는 편이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을 때 팩트체크를 다양하게 할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 지지층들이 많은 불만을 표출했다."

워싱턴=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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