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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즉각 수사'… 사라진 진보당 현수막, 9개월 만 다시 등장한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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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즉각 수사'… 사라진 진보당 현수막, 9개월 만 다시 등장한 배경은

입력
2024.10.21 10:00
수정
2024.10.21 10:48
N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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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서대문구 서울시 조례 근거 현수막 철거
진보당 철거 처분 취소 소송 제기… 최근 승소
철거 근거 市 조례 "제정 당시부터 무리 지적"

지난달 26일 서울행정법원 판결 이후 진보당이 서울 송파구 송파구청 사거리에 다시 게시한 현수막. 진보당 제공

지난달 26일 서울행정법원 판결 이후 진보당이 서울 송파구 송파구청 사거리에 다시 게시한 현수막. 진보당 제공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김건희를 즉각 수사하라!'

이런 내용이 담긴 진보당 현수막이 서울 송파구 곳곳에 9개월 만에 다시 걸렸다. '특정인의 실명을 표시하여 비방·모욕해선 안 된다'는 서울시 조례(제11조 2항)를 근거로 해당 현수막을 강제 철거한 송파구와 서대문구 조치를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진보당이 승소해서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6일 하위 법령인 지자체 조례가 상위 법(옥외광고물법)보다 현수막 관리 지침을 더 엄격하게 규정할 수 없다며 진보당 손을 들어줬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가 1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현수막 강제철거 취소 소송'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진보당 제공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가 1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현수막 강제철거 취소 소송'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진보당 제공

두 구청은 서울시 조례에 따른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이들이 현수막 철거 근거로 삼은 서울시 조례가 애초부터 위법 소지가 짙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회가 지난해 9월 해당 조례안을 발의할 당시 행정안전부는 이미 비슷한 취지의 인천시 조례가 옥외광고물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조례집행정지 신청을 낸 상태였다. 같은 해 9월 11일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검토보고서에도 "행안부의 재의 요구와 대법원 제소가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3개월 뒤 서울시는 시의회를 통과해 넘어온 조례안을 그대로 공포했고 행안부의 재의 요구도 거부했다. 이후 대법원은 행안부가 인천시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했으나 본안소송에선 반대 결과가 나왔다. 대법원은 인천·울산·부산·광주시 4곳의 지자체가 조례로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는 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이미 정당 현수막의 설치 개수와 설치 장소 등 게시 기준을 담은 법이 올 1월부터 시행 중인 상황에 다시 조례로 이를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건 상위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다. 이번 행정법원 판결과 같은 논리였다.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가 무리하게 조례 제정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진보당은 서울시를 추가 고소(위력에 의한 업무 방해 혐의)하고 손해배상도 청구할 방침이다.

법리적 판단과 별개로 '현수막 공해'를 오랜 기간 방치하고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과 혼란을 야기한 국회의 늑장 조치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정당 현수막은 2022년 12월 별도 신고·허가·제한 없이 설치될 수 있도록 한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난립하기 시작했다. 곳곳에 정당 현수막이 무차별 게시돼 거리 미관을 해치거나 안전사고를 유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여야 의원들은 앞다퉈 정당 현수막의 △개수 △규격 △이격거리 △장소 등을 규정해 무분별한 설치를 차단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여야 불문 현역 의원들이 기존 법의 '최대 수혜자'라는 점에서 개정 동기가 약한 것 아니냔 해석이 나왔다. 결국 올해 1월에야 '읍면동별 2개 이내' 등 정당 현수막의 개수·규격을 제한한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됐다.

정당 현수막의 각종 비방성 표현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과제는 아직 남았다. 개정법에도 현수막 문구를 제한하는 내용은 없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진보당 현수막에 대해) '불쾌하고 혐오감을 준다'는 유선 민원이 여러 차례 들어온다"고 했다. 반면 이런 이유로 현수막 문구를 규제하는 건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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