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 에르난데스 2명이 던져 9이닝 무실점
LG, 삼성에 1-0 영봉승 거두고 기사회생
대구서 10점씩 터졌던 삼성 타선 잠실선 무득점
4차전 선발 삼성 레예스vsLG 엔스 격돌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LG가 삼성에 패해 눈물을 훔쳤던 ‘엘린이(LG 어린이 팬)’가 22년 후 ‘가을 에이스’로 성장해 LG를 벼랑 끝에서 구했다.
LG 우완 선발 임찬규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에서 5.1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묶고 팀의 1-0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적지에서 1, 2차전을 내리 져 탈락 위기에 놓였던 LG는 이날 승리로 반격의 1승을 거두고 시리즈를 4차전까지 끌고 갔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만 벌써 3승을 챙긴 임찬규는 3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두 팀의 4차전은 18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2승 1패로 아직 우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은 대니 레예스, 기사회생한 LG는 디트릭 엔스가 4차전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KT와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59를 찍고 시리즈 MVP에 선정된 임찬규는 이날 불붙은 삼성 타선을 제대로 잠재웠다. 이번 삼성과 포스트시즌 대결에 앞서 “어렸을 때 삼성에 졌던 한국시리즈가 생각난다”며 “이번에 그 패배를 설욕해서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대로 역투를 펼쳤다.
1, 2회초를 삼자범퇴로 막은 임찬규는 3회초 2사 후 9번 류지혁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1번 김지찬을 3루수 뜬 공으로 처리했다. 4회초엔 3번 윤정빈과 5번 박병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처음으로 2사 1·3루 실점 위기를 맞았다.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한 템포를 쉰 임찬규는 6번 강민호에게 낙차 큰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5회초도 무실점으로 넘기자, 5회말 LG 타선이 0의 행진을 깼다. 선두 타자 박동원이 볼넷을 골라 출루했고, 8번 박해민의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다. 9번 문성주의 중전 안타로 이어진 1·3루에서는 1번 홍창기가 좌익수 희생 플라이를 날려 선취점을 안겼다.
1점 리드를 안은 임찬규는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선두 타자 김헌곤을 좌익수 뜬 공으로 잡고 구원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에게 공을 넘겼다. PO에 처음 등판한 에르난데스는 그간 푹 쉰 만큼 힘이 넘쳤다. 준플레이오프 다섯 경기에 모두 다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던 그는 PO 첫 등판에서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6회초 1아웃 이후부터 9회초까지 3.2이닝을 5개의 삼진을 곁들여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후 “피 말리는 승부였다”며 “임찬규가 선발 투수로 자기 역할을 완벽하게 해줬고, 에르난데스도 긴 이닝을 책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분위기는 바꿨다”며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고 승리의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은 ‘깜짝 선발’ 황동재가 3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친 데 이어 불펜 투수 6명을 투입해 1점밖에 내주지 않았으나 타선이 터지지 않은 게 아쉬웠다. 삼성 타선은 1차전에 홈런 3방 포함 10점, 2차전에 홈런 5방 포함 10점을 뽑았지만 넓은 잠실구장에서 치른 3차전은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야구는 점수를 내야 이기는데, 임찬규와 에르난데스의 공이 워낙 좋았다”면서 “이제 레예스와 원태인을 제외하고 모든 투수가 불펜에서 대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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