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야스쿠니신사에 첫 공물 봉납
취임 후 입장 바꿔 역대 총리 행보 답습
한국 정부 "새 내각, 과거사 겸허히 성찰을"
17일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봉납한 공물이 놓여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이시바 총리의 경우 취임 전에는 참배는 물론 공물 봉납도 하지 않았지만, 취임 이후 입장을 바꾼 것이다.
17일 NHK방송, 교도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도쿄 야스쿠니신사 추계 예대제(가을 제사)가 시작된 이날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라는 명의로 '마사카키(비쭈기나무)'라는 공물을 봉납했다.
이시바 총리가 공물을 봉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보수 정당인 자민당에서 드물게 역사 문제에 전향적인 입장이라 역대 총리들과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NHK는 야스쿠니신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시바 총리는 취임 전 공물을 봉납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총리가 되자 입장을 바꾼 셈이 됐다. 후쿠오카 다카마로 후생노동장관과 오쓰지 히데히사 참의원 의장도 이날 공물을 봉납했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참배까지는 하지 않았다. 일본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2013년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이시바 총리의 전임인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참배는 하지 않았지만 예대제 때마다 공물을 봉납해 왔다. 교도는 "이시바 총리가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이전 총리들 대응을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즉시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새 내각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를 겸허히 성찰하고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주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유신(1868년) 이후 내전 및 전쟁으로 숨진 일본인 246만6,000여 명을 추모하는 시설로, 합사자 중 90%가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으로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이곳에 합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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