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벌금→2심 무죄로 뒤집혀
긴 시간 행정 업무 등 관여 안 해
대학원생 조교 앞으로 나오는 인건비를 유용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받았던 전직 서울대 교수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학과 내에서 인건비 유용 행위가 이뤄지는 동안, 해당 교수가 외부 보직을 맡고 있어 학과 내 의사 결정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 이성복)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교수 김모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8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전·현직 교수 5명과 공모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강의 조교를 허위로 등록하고, 학교에서 지급하는 연구지원금 등 명목의 인건비를 5,700여만 원 챙겨 학과 운영 경비로 쓴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검찰의 약식기소에 따라 2021년 10월 이들 6명에게 각각 벌금 1,0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김씨는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김씨는 다른 교수들과 공모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2심은 김씨의 범행 공모 여부에 대해 서로 다르게 판단했다. 1심은 김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항소심은 김씨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대 본부 소속 기관에서 상근하며 오랜 시간 학과 운영이나 행정 업무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부분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해당 학과에서 인건비를 허위 신청·수령하는 관행은 2010년 무렵부터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이 학과 행정에 적극 관여한 사정은 보이지 않아 인건비 신청·수령 관행을 잘 몰랐다는 항변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관행이 굳어진 뒤 인건비 신청과 수령 등을 서무 조교가 논의해 결정한 점도 근거가 됐다. 교수 회의에서 구체적 논의나 의결은 없었고, 사후적으로 형식적 보고만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교수 회의에 참석해 사건 관련 회의 자료를 제공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김씨가 인건비 유용과 관련한 공동 범행에서 분업적 협력에 동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 이후 검찰이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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