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동 생숙 합법 지원방안 발표
30실 이상만 숙박업 신고 기준 완화
지자체에 기부채납→지구단위계획 변경
불법 생활숙박시설(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 조치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며 생숙 대란이 우려되자 정부가 합법 사용을 위한 퇴로를 열어줬다. 숙박업 신고·용도 변경 기준을 완화해 선택지를 넓혀준 것이다. 이를 따르겠다고 하면 이행강제금 부과도 2027년 말까지 유예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16일 관계 부처 및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생숙 합법사용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불법 생숙 5만2000실
생숙은 호텔과 오피스텔을 합친 개념으로 외국관광객 등 장기체류 숙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취사가 가능한 숙박시설(2012년 도입)이다. 최근 나온 생숙은 외관상 아파트와 다를 게 없다.
지난 정부 집값이 뛰자, 건축업자들은 규제가 느슨한 생숙을 대거 짓기 시작했다. 오피스텔과 비교해 세제, 금융, 청약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틈새 상품으로 부각됐다. 생숙을 고리로 한 집값 상승이 우려되자 정부는 결국 2021년 대대적인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숙박업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려면 2023년 10월 14일까지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라며 이를 위한 오피스텔 특례를 만든 게 골자다.
이 같은 규정은 과거 준공된 생숙까지 모두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상당수 주인이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상황이다 보니 이 같은 조치는 시장에서 대혼란을 불렀지만, 현 정부 들어서도 이행강제금 부과 조치를 올해 말까지 유예하는 것 외에 그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현재 숙박업 미신고 생숙은 5만2,000실에 이른다.
"기부채납하면 지구단위계획 변경"
정부는 이번에도 준주택 편입 같은 요구에 대해서는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대신 오피스텔로의 용도 변경 규제와 숙박업 신고 기준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지금은 숙박업으로 신고하려면 시설·객실 기준(30실 이상 등)을 만족해야 하는데, 지자체가 이 같은 신고 기준 완화를 적극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또 지자체는 내달부터 생숙지원센터를 운용해 생숙 소유주를 지원키로 했다.
오피스텔로의 용도 변경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보다 유연한 규제 방식을 도입한다. 지금은 획일적 규제가 적용돼 용도 변경을 하고 싶어도 아예 실행이 불가능한 단지가 적지 않다.
예컨대 용도 변경을 하려면 단지 내부에 기준에 맞는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한 경우 ①인근 부지를 확보해 외부 주차장을 세우거나 ②이것도 어려우면 지자체에 상응 비용을 납부하고 설치 의무를 면제받거나 ③지자체가 조례 개정으로 주차 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가 세운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아예 오피스텔 건설이 불가능한 지역은 기부채납을 하면 지자체가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적극 검토한다. 실제 서울 마곡 르웨스트는 소유주 분담으로 시에 200억 원 규모로 기부채납을 했고, 시는 이를 인정해 8월 오피스텔 건설이 가능하도록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줬다.
규정대로면 숙박업 미신고자는 내년 초부터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다만 이는 일괄 이뤄지는 게 아니라 단속 후 1, 2차 시정명령을 거치기 때문에 실제 이행강제금 부과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내년 9월까지 숙박업 예비 신청 또는 용도 변경을 신청하면 이행강제금 부과를 2027년 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법을 개정해 신규 생숙은 개별 분양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장우철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이번 대책으로 생숙 소유자가 현실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비용으로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숙 소유주를 구제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긴 하지만 생숙의 합법화를 위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허용하는 등 우리 사회에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가 더해진 점도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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