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우린 중국과 달라"… 대만 영화인들이 부산에 몰려온 까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우린 중국과 달라"… 대만 영화인들이 부산에 몰려온 까닭

입력
2024.10.14 17:09
수정
2024.10.14 17:25
21면
0 0

제작사 대형 발표회에 배우 소개 행사까지
"영화와 드라마로 대만 독립성 알리려 해"
대만 정부 적극 지원... "곧 한국 위협할 수준"

지난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GrX 스튜디오 국제 론칭 로드쇼 2024’에서 GrX 관계자들과 배우 등이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GrX스튜디오 제공

지난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GrX 스튜디오 국제 론칭 로드쇼 2024’에서 GrX 관계자들과 배우 등이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GrX스튜디오 제공

“향후 5년간 5,000만 달러(약 677억 원)를 투자해 드라마와 영화 20편을 다채롭게 선보이려고 합니다.”

대만 콘텐츠 회사 GrX 스튜디오의 전략 및 수석 투자 책임자인 데니스 우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 7일 오후 제19회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에서 열린 행사 ‘GrX 스튜디오 국제 론칭 로드쇼 2024’에서였다. 대만 콘텐츠 회사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달 2~11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영상산업 진흥을 통해 중국과 차별화된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대만 정부의 강한 의지가 읽히는 자리였다. ACFM은 부산영화제와 함께 열리는 영상산업 박람회다.

부산서 대규모 작품 발표회 열어

대만 배우 리무(왼쪽)와 한국 배우 진영은 GrX 영화 '1977년의 편지'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다. 진영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태권도 사범을 연기한다. GrX 스튜디오 제공

대만 배우 리무(왼쪽)와 한국 배우 진영은 GrX 영화 '1977년의 편지'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다. 진영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태권도 사범을 연기한다. GrX 스튜디오 제공

GrX 스튜디오는 2008년 설립됐다. 영화·드라마 제작과 투자를 아우르는 대만 최초 대규모 콘텐츠 회사로 꼽힌다. 넷플릭스 드라마 ‘희생자 게임’(2020)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역사가 비교적 짧은 회사이나 제작 추진 중인 영화와 드라마 면면을 보면 야심만만하다. 대만에 불법체류 중인 베트남 의사를 중심에 둔 의학 스릴러 드라마 ‘무법자 의사’, 암흑가를 다룬 범죄 영화 ‘늙은 여우’, 돼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모험 애니메이션 ‘픽시’, 태국 마피아의 음모를 분쇄하려는 대만 정보기관 요원의 활약상을 그린 첩보 드라마 ‘M 미션’ 등 다종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와 드라마뿐만 아니다. 대만 배우들을 소개하는 행사가 ACFM에서 열리기도 했다. ‘톱 탤런트’라는 기획을 통해서였다. 커자옌과 린보홍, 고첸퉁 등 대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 9명이 부산을 찾아 자신들을 알렸다.


중국이 비운 자리에 대만이

GrX 스튜디오의 드라마 '무법자 의사'. GrX스튜디오 제공

GrX 스튜디오의 드라마 '무법자 의사'. GrX스튜디오 제공

‘GrX 스튜디오 국제 론칭 로드쇼 2024’와 ‘톱 탤런트’의 후원자는 사실상 대만 정부다. 대만의 콘텐츠진흥원이라 할 대만 문화내용책진원(TAICCA)이 돈을 댔다. 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부산영화제를 찾은 인사들의 면면에서 감지할 수 있기도 하다. GrX 행사에는 대만 이동통신사 타이완모바일(공기업)의 부사장 스테파니 리를 비롯해 공영방송 공공전시(PTS)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부산영화제는 영상 콘텐츠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아시아 최고 전시장이다. 중국 제작사들이 2010년대 부산영화제를 접수하려 하다시피 부산으로 몰려왔던 이유다. 한중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중국이 비운 자리를 대만이 최근 채우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중국어권 영화인들과 오래전부터 교류해온 국내 한 중견 감독은 “대만 정부는 대만이 중국과 다르다는 걸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적극 알리고 싶어 한다”며 “정부 후원으로 대만 영화인들이 올해 부산영화제를 유난히 많이 찾은 걸로 안다”고 전했다. 대만은 독립 성향이 강한 민주진보당(민진당)이 2016년부터 집권하고 있다.

영상산업을 한국처럼 성장시키는 의지가 반영돼 있기도 하다. 대만은 TSMC가 주도하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경제 성장을 발판 삼아 콘텐츠 산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김형준 한맥컬쳐그룹 회장은 “대만은 1990년대 한국 영화계를 떠올리게 할 만큼 영상업계에 활력이 넘친다”며 “곧 한국 영상산업을 위협할 수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부산=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