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미작성하고 급여도 현금으로 지급
관할 노동청 수사서도 모르쇠, '혐의 없음' 종결
공단이 소송 대리 "퇴직금 미지급 경종 울려야"
불법체류 중에 3년 6개월간 일을 하고 퇴직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업주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급여를 현금으로 지급하며 증거를 남기지 않았지만, 직원과 찍은 사진과 작업 일지 등이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1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영천시법원 민사소액1단독 김태천 판사는 지난 8월 28일 인도네이사 국적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A씨가 제조업체 B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에서 "B법인은 A씨에게 퇴직금 1,0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약 3년 6개월 동안 B법인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일했다. 그러나 B법인은 A씨와 비슷한 처지의 불법체류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급여도 계좌이체 대신 매달 현금으로 지급했다. A씨는 퇴사 후 업체 측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자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B법인 대표는 "A씨를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노동청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 없음 종결했다.
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공단은 과세 및 금융거래정보 등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한편, A씨가 B법인 회식에 참여한 동영상과 사진, 작업 내용 등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법원에 제출했다. 김 판사는 "원고를 근로자로 채용해 기본급과 잔업 수당 등을 지급하는 근로계약을 구두로 체결했고, 지속적으로 근무했음이 인정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을 대리한 공단 소속 유현경 변호사는 "대표자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객관적 자료를 남기지 않는 행태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은 적극적으로 증거를 수집해 결정을 내려야 하고, 노동자들 역시 자신의 권리를 적극 찾아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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