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대법서 '국가보안법' 혐의 무죄 확정
1960년대 해외유학을 다녀온 후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한, 이른바 '유럽 간첩단' 사건 피해자가 54년 만의 무죄 확정에 이어 9억 원대 형사보상을 받게 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이창형)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김신근(82)씨에게 국가가 형사보상금 9억120여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4일 결정했다. 형사보상은 구금 또는 형의 집행을 받은 자가 무죄 판결을 받거나 검찰의 공소가 기각될 경우, 구금에 따른 손해액·변호사 선임비 등을 국가가 보상하는 제도다.
김씨는 1960년대 서유럽 국가에 유학하며 구 동독이 통치하던 동베를린을 방문한 학자와 유학생 등 20여 명이 간첩으로 몰린, '유럽 간첩단' 사건 피해자다. 이 사건은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 공안 조작 사건으로 꼽힌다. 영국에서 유학 중이던 김씨는 학업을 위해 귀국했다가,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지령 서신을 전달하고 사회주의 관련 서적을 읽은 혐의로 1969년 재판에 넘겨졌다.
진실은 2006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재조사에 착수하면서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3년간 조사 끝에 당시 검찰이 사건 연루자들을 불법 구금한 채 온갖 고문과 가혹행위를 동원해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고 결론 내렸다. 간첩 누명을 쓰고 사형을 선고받아 사망한 박노수 교수와 김규남 민주공화당 의원(나중에 제명)도 피해자로 지목됐다.
피해자들은 재심에 나섰다. 박 교수와 김 전 의원 유족이 청구한 재심에서 2015년 무죄가 확정됐고, 김씨도 2022년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은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주장하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올해 2월 "김씨의 행위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은 7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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