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전 상임위 세미나... 7곳이 제주로
'행정감사 전 의정역량 강화' 목적인데
둘레길 산책·테마파크·유적지 방문도
"혈세 낭비" 지적... 시의회 "규정 따라"
서울시의회 11개 상임위원회 중 7개 상임위가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로 2박 3일 일정으로 출장을 다녀와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행정사무감사(11월 4~17일)를 앞두고 '의정 역량 강화' 차원의 세미나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1인당 80만 원 안팎의 적지 않은 세금을 투입하는 데다 '유적지 탐방·둘레길 산책' '테마파크 방문' 등의 일정도 포함돼 '관광성 출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의회 11개 전 상임위원회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제주, 강원 등지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교육위, 도시안전건설위, 환경수자원위, 문화체육관광위, 행정자치위, 도시계획균형위, 운영위 등 7개 상임위는 제주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서울에서 해도 될 세미나를 대부분 제주까지 가서 한 이유로 "기후변화로 최근 서울의 수해가 심각해져, 수해가 잦은 제주를 방문해 대응책을 모색하려 했다"(도시건설안전위), "소관 사무가 관광이라 대표 관광지인 제주를 방문해 서울 관광 방향을 논의했다"(문화체육관광위)고 했다. 보건복지위는 경남 남해군, 기획경제위는 강원 속초시와 경북 울진군을, 주택공간위원회는 강원 삼척·춘천시와 정선군, 교통위원회는 인천 영종도를 찾았다.
대부분 2박3일 제주도로, 굳이 왜 거기서?
세미나는 '행정사무감사 기법 논의' '의정 역량 강화' 등을 목적으로 전 상임위가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했으나 취지와 동떨어진 일정도 여럿 포함됐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제주로 간 운영위는 첫날 애월읍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답사와 둘레길 산책(오후 2~5시)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당일 석식 후 세미나, 둘째날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세미나, 셋째날 제주도의회 운영위 방문도 소화했지만, 단일 일정으로는 유적지 답사와 둘레길 산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환경수자원위(16~18일 제주)는 서울 수돗물 겸 식용수인 아리수 음용률 제고 노력 일환으로 제주 삼다수 공장 방문 등이 주요 일정이었으나 곶자왈 원시림을 기차로 체험하는 '에코랜드 테마파크'도 찾았다. 교통위(16~18일 인천 영종도)는 인천시설공단 방문과 교통현안 논의 외에 섬 트레킹 일정이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관계자는 "세미나를 핑계로 관광지를 찾아 형식적인 간담회만 하고 술자리와 관광으로 때우는 구태의연한 관행이 여전하다"며 "일부 상임위는 시청 공무원을 반강제적으로 세미나에 참석시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28명 제주 세미나로 혈세 2,400만 원 써... 1인당 83만원꼴
세미나 비용은 모두 혈세로 충당한다. 시의원(상임위원) 10명과 직원 18명 등 28명이 16~18일 제주를 찾은 도시안전건설위는 첫날 제주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및 제주지사 차담회(2시간), 2일 차엔 오전 행정사무감사기법 세미나(2시간 30분)와 오후 우도 하수처리시설 현장방문(3시간 40분), 마지막날 조식 및 총평 간담회(1시간 30분) 등 4개 주요 일정에 총 2,359만7,900원(숙박·항공표 포함)을 사용했다. 1인당 83만 원꼴이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정부의 세수 펑크로 지자체 살림살이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세미나 명목으로 휴양지로 출장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시의회 관계자는 "상임위 예산이나 여건에 맞춰 장소를 선정해 매년 진행하는 행사일 뿐"이라며 "시의원과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집행해 호화 출장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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