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월 출범 여순사건조사위원회
서면회의만 7차례... 수당은 받아가
3000건 계류... "진상조사 의지 없어"
24년 전 제주4·3조사위원회는
수차례 대면회의... 장관도 참석
국무총리 소속 '여수·순천 10·19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을 위한 위원회'(여순중앙위)가 2022년 1월 출범 이후 관련 법을 수시로 어기고 최근 2년간 대면회의를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순중앙위의 도를 넘는 업무태만이 진상규명에 차질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여순중앙위에 따르면 지난 3년(2022~2024)간 전국 시군구가 신고·접수한 7,465건 가운데 전남도 산하 여순사건 실무위원회가 1차 조사해 희생자일 가능성이 높은 3,721건(49.8%)을 중앙위에 넘겼지만, 중앙위가 희생자 여부를 최종 결정한 건 710건(9.5%)에 불과하다. 나머지 3,011건은 모두 중앙위에 묶여 방치돼 있다. 여순중앙위가 실무위의 심의·의결 요청을 받고 90일 이내에 희생자·유족 여부를 심사·결정토록 한 규정(여순사건법 시행령)을 어기고 사실상 태업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15명 위원 중 위원장(국무총리)과 당연직 위원 5명(행안·법무·국방 장관, 법제처장, 전남지사)이 모두 참석한 출범식(2022년 1월)과 조사개시 명령을 의결한 회의(2022년 10월)를 제외하면, 이후 나머지 7차례 회의는 모두 서면 심의로 진행됐다. 또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만 했고, 비대면 심의 때도 활동 수당(1인당 20만 원)은 꼬박꼬박 타갔다. 중앙위에 적용되는 행정기관위원회법의 "긴급하거나 안건 공개 시 공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위원이 출석하는 회의로 개최해야 한다"는 규정과 배치된다. 회의는 재적 위원(15명) 과반이 출석하면 열리고,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주철희 전 여순중앙위 소위원장은 "코로나19 당시 회의 소집이 어려워 도입한 서면심의를 악용해 모든 회의를 서면으로 갈음하는 건 진상 조사 의지가 없다는 것"며 "총리나 장관 참석이 어렵다면 관계 기관 공무원이 대리 참석해도 된다"고 꼬집었다. 이달 10차 회의도 서면회의가 예정됐다.
이에 대해 여순중앙위 관계자는 "90일 이내 처리 규정은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며 "대면 심사를 하지 않는 건 내부적으로도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위원들의 일정상 조율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4년 전 제주 4·3 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 위원회(제주중앙위)가 대면회의를 열어 치열하게 토론·논의한 것과도 대조된다. 당시 제주중앙위는 3년간 1만3,595명에 달하는 희생자 심의를 완료하고, 대통령 사과까지 이끌어냈다. 박창옥 전 제주중앙위 위원은 "제주중앙위는 3년간 수차례 회의했고, 심사를 서면으로 갈음한 적도 없었다"며 "회의마다 총리와 장관들이 참석해 정부 의지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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