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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빼돌린 치매 어머니 예금 3억… "형사 처벌할 수 있나요?"

입력
2024.10.14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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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 <10> 친족상도례, 71년 만에 폐지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헌재 “친족상도례, 헌법 불합치”
가족 간 재산 범죄, 형사 처벌 가능
관련 범죄 줄어드는 계기 돼야

Q: 45세 여성 A다. 일흔이 넘은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은 후 10년 넘게 집에서 어머니를 모셨다. 내가 출근하는 시간엔 간병인을 고용했는데, 다행히 어머니는 예금(약 3억 원)을 갖고 계셔서 그 돈으로 치료비와 간병비를 부담할 수 있었다. 몸은 고됐지만 사랑하는 어머니가 살아계신다는 것, 그런 어머니를 돌봐드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었다.

그런데 남동생이 지난해 결혼하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겠다”고 했다. 동생의 배우자 역시 동의했다고 했다. 평소 명절에나 겨우 찾아 뵐 정도로 무관심했던 동생이었기에 ‘결혼해서 뒤늦게 철이 드나?’ 기특한 생각도 들었다. 때마침 나는 해외로 발령이 나 동생을 믿고 잠시 한국을 떠났다. 그동안 내가 관리했던 어머니 통장을 동생에게 맡기면서 매달 어머니 병원비와 간병비를 어떻게 지출하면 되는지 상세히 알려줬다.

그리고 1년 뒤 귀국하자마자 동생 집에 갔는데 동생도 어머니도 집에 없었다. 알고 보니, 동생은 어머니 예금을 모두 인출해 주식투자를 했고, 결국 모두 탕진한 것이었다. 급기야 간병인까지 해고해 버렸다. 그리고 어머니는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한 채 신체도 정신도 피폐해진 상태가 돼 있었다.

동생에게 죄의 대가를 묻고 싶다. 동생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A: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증상이 있는 노인은 10.38%(2022년)나 된다. 이렇듯, 중년에게 부모님의 치매를 준비한다는 것은 특별한 누군가에게 있는 일이 아닌, 자연스럽게 준비해야 할 일이 됐다.

필자는 가사전문변호사이며, 가정법원 전문가후견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녀가 부모의 와병 상황을 악용해 재산을 가로챈 사례를 적지 않게 목격했다. 이런 자식들이 늘 하는 ‘단골 멘트’가 있다. “부모님이 아프지 않으셨다면, 자발적으로 제게 재산을 주셨을 겁니다” 혹은 “부모님이 평소 제게 재산을 주시길 원하셨습니다”.

필자는 그들에게 묻는다. “하지만 실제로 주시진 않으셨잖아요. 향후 부모님 병환은 어떻게 돌보실 겁니까?” 그러면 그들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또 가로챈 부모의 재산을 자발적으로 원상복구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었다. 치매 부모가 요양병원비 납부할 돈이 없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는데도 말이다.

사연 속 A씨의 경우, 지난 6월 24일 이전에는 동생의 형사처벌을 기대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형법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에서 일어난 재산범죄 대부분(A씨 동생의 경우, 횡령죄) 그 형을 면제’했기 때문이다(형법 제328조). 이 규정을 ‘친족상도례’라고 한다.

그렇다면, 친족상도례는 왜 만들어졌을까.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도 있고,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도 있었다. 정서적으로 친밀한 가족 구성원 사이에 발생하는 재산 범죄까지 법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규정은 71년간 유지돼 왔고, A씨도 이 법 때문에 동생에게 형사처벌을 받도록 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친족상도례 규정의 폐해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특히 A씨 어머니처럼 독립적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능력이 결여된 경우 피해가 더 크다. A씨 동생을 처벌하지 않으면, 결국 가족ㆍ친족 내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A씨 어머니)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피해 회복이 되지 않으면, A씨 어머니는 여생을 극심한 곤궁 속에서 살아야 한다.

드디어 헌법재판소는 6월 24일 71년 만에 “친족상도례 규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 이뿐 아니라 “즉시 친족상도례 규정을 적용 중지하라”고 덧붙였다.

‘친족상도례 규정은 가족들에게 재산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었다. 재산범죄 피해자는 형사 절차 동안 합의 등 피해를 회복 받을 기회가 있다. 예를 들면, 가해자는 형사 피해를 회복해 놓아야 비로소 감형된다. 그런데 일률적으로 친족상도례 규정을 적용해 형을 면제하는 것은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는 설명이었다. 헌재가 A씨 어머니같이 다른 가족으로부터 경제적 착취를 당한 사람들의 손을 번쩍 들어준 것이다.

A씨는 당장 경찰서로 가서 동생에게 형사처벌을 구하길 바란다. 물론, 동생이 즉시 형사처벌 받는 것은 아니다. A씨 동생 같은 경제범의 경우, ‘피해 회복’을 하면 형이 크게 감형된다. 심지어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어떻게든 어머니 돈을 돌려놓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제 가족 간 재산 범죄도 엄중히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처벌받는 가족가해자 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족 간의 재산범죄가 줄어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김승혜 법무법인 에셀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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