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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에 적힌 숫자 의미는..." 알코올 중독 딛고 캔자스시티 '최고 마무리 투수' 된 에르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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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에 적힌 숫자 의미는..." 알코올 중독 딛고 캔자스시티 '최고 마무리 투수' 된 에르세그

입력
2024.10.07 15:26
수정
2024.10.0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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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에서 열린 캔저스시티와 볼티모어의 경기에서 루카스 에르세그가 8회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캔자스시티 제공

지난 2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에서 열린 캔저스시티와 볼티모어의 경기에서 루카스 에르세그가 8회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캔자스시티 제공

"글러브에 적힌 날짜, 이게 제가 여기 있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루카스 에르세그(29)는 지난 7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오클랜드에서 캔자스시티로 트레이드된 직후부터 중요한 순간마다 팀의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에르세그는 올 시즌 정규리그 2승 6패 14세이브 방어율 3.36을 기록했다. 특히 그는 생애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출전해 무실점으로 2세이브를 올렸다.

그는 마운드에 오르면 항상 글러브를 내려다본다. 그의 글러브에는 캔자스시티 로고와 '06/10/2020'이라는 날짜가 새겨져 있다. 2020년 6월 10일, 에르세그의 인생이 바뀐 날을 상징한다.

그는 한때 알코올 중독자였다. 술에 빠진 나날은 대학생때부터 시작됐다. 2016년 미국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밀워키에 전체 46번으로 지명받은 에르세그는 당시 계약금 115만 달러(약 15억5,000만 원) 중 상당액을 술 소비로 날렸다. 그는 5~6캔의 맥주를 마시고 난 후 경기에 나서는게 일상인 수준이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마이너리그가 중단되자 무력감에 빠진 나머지 하루 맥주 12~15캔을 마시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고백했다. 취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가 술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하고 금주를 한 날이 6월 10일이었다.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에르세그는 "과거에도 금주를 시도했었지만, 그때는 정말로 나 자신을 위해 결심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내가 결국 나 자신을 위해 이 결정을 내려야 행복해질 수 있고, 하루가 끝날 때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릴 자격이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금단 증상으로 체중이 줄었고,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결정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밀고 나갔다. 주변인들도 에르세그의 굳은 결심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모습이었다.

에르세그는 밀워키, 오클랜드를 거쳐 현재 세 번째 팀인 캔자스시티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 중이다. 주로 경기의 결정적인 상황에 등판, 투구할 때마다 글러브에 적힌 날짜를 바라보며 어떠한 도전도 이겨낼 수 있음을 상기한다.

자신의 이야기로 다른 사람들에게 응원과 영감을 주고 싶다는 에르세그는 "언제나 스스로를 바꿀 방법은 있다. 이건 단순히 야구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문제"라고 조언했다. 덧붙여 "역경과 어려움을 통해 많은 교훈을 배울 수 있다"고 전했다.

심이주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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