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일 서울 공연으로 월드 투어 시작
2시간 동안 '내가 제일 잘 나가' '아이 돈트 케어' '어글리' 등 히트곡 쏟아내
사흘간 1만2000여 명 관람... 일본, 대만, 태국 등 투어
"정말 너무너무 행복해요. 모든 아티스트와 팬덤에게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우리 랙잭이(투애니원 팬덤 블랙잭의 애칭)들 정말 마음고생 많았잖아요. 그래서 지금 무대에 올라와 있는 이 순간도 믿기지가 않아요."
5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그룹 투애니원(2NE1)의 재결성 기념 서울 3회 공연 중 이틀째 무대. 공연이 끝을 향해 달려갈 무렵 멤버 산다라박이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서 모처럼 팬들과 만난 소감을 전하자 객석에선 공감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2016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로부터 해체 통보를 받고 뜻하지 않게 각자의 길을 걸었던 투애니원 네 멤버가 국내에서 팬들과 직접 만난 건 2014년 '올 오어 너싱(All or Nothing)' 월드 투어 서울 공연과 'AIA 리얼 라이프: 나우 페스티벌' 출연 이후 10년 만이었다. 그사이 맏언니 박봄은 마흔 살이 됐고 막내 공민지도 서른 살이 됐다. 리더 씨엘(CL)은 "투애니원으로서 너무 오랜만에 무대에 올랐는데 처음(2011년 8월) 단독 콘서트를 했던 곳에서 다시 여러분들과 만나게 돼 더 기쁘다"고 말했다.
2시간여 동안 '내가 제일 잘 나가' 등 히트곡 쏟아내
컴백 콘서트를 앞두고 '오리지널 투애니원' '클래식한 투애니원'을 강조했던 것처럼 멤버들은 한창 활동하던 시기의 투애니원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무대가 시작하기 전부터 공연장을 뒤흔들 듯 환호하는 팬들 앞에 이들은 복귀 선언과도 같은 '컴 백 홈' 후렴구로 시선을 붙든 뒤 데뷔곡 '파이어'로 공연을 시작했다.
7년 동안 정규 앨범 2장, 미니 앨범 2장이라는, 요즘 걸그룹들에 비하면 과작에 가까운 활동을 펼쳤지만 히트곡이 많은 덕에 공연장은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씨엘의 솔로 무대와 YG 소속 후배 걸그룹인 베이비몬스터의 축하 무대를 제외하면 공연은 댄스곡에서 발라드를 지나 다시 댄스곡으로 끝맺는 3막 구성으로 진행됐다. 특히 공연 막바지 '아이 러브 유' '어글리' '컴 백 홈' '내가 제일 잘 나가' '고 어웨이' 등의 히트곡들이 이어지자 스탠딩 구역은 물론 좌석에 앉아 있던 관객까지 일어나 쉴 새 없이 두드리는 비트에 몸을 맡기며 멤버들과 하나가 됐다.
시종일관 관객을 압도한 건 씨엘의 카리스마와 무대 장악력이었다. 그룹 해체 후 미국 시장에 진출해 데뷔 곡 '리프티드(Lifted)'를 국내 여성 솔로 가수로선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 진입시키기도 했던 그는 압도적 존재감과 탁월한 패션 감각, 메인 보컬인 박봄을 능가하는 가창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막내 공민지의 일취월장한 보컬도 공연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걸그룹 한계 무너뜨리며 K팝 인기 세계로 확장
K팝 2세대 대표 걸그룹인 투애니원은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3세대 그룹들이 '월드 스타'가 될 수 있도록 길을 닦으며 교두보 역할을 한 그룹으로 평가된다. 댄스 팝, 발라드 장르에 치우쳐 있던 걸그룹의 장르적 클리셰에서 벗어나 힙합과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근간으로 레게, 록, 리듬앤드블루스(R&B) 등 여러 장르를 시도하며 K팝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고 한류 물결을 미국과 유럽으로 확장시켰다. 8년 만의 재결성도 2년 전 미국 코첼라밸리뮤직앤드아츠페스티벌 출연 덕에 가능했다.
투애니원은 '청순' '섹시' 콘셉트로 양분돼 있던 걸그룹의 한계를 깨고 주체적이고 당당하며 강한 여성상을 보여준 '걸크러시'의 원조였다. 멤버들은 이날도 칼군무를 보여주기보다는 각자의 개성과 자유분방한 모습에 방점을 두고 2시간여 콘서트를 이끌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요즘 K팝 그룹처럼 미리 짜 놓은 연출을 보여주기보다 록 스타의 콘서트처럼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이들의 위상을 대변하듯 에스파, 뉴진스, 트와이스, 아이브, 스트레이키즈, 키스 오브 라이프, 지코, 지드래곤 등이 축하 영상을 보냈고 뉴진스, 엄정화, 윤상, 강다니엘, 전현무, 노홍철, 조세호, 김숙 등 여러 연예인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4,000여 석 규모인 올림픽홀은 투애니원의 재능을 담기에도, 팬들의 열기를 품기에도 너무 작아 보였다. 당초 2회로 예정됐던 공연은 시야제한석까지 푼 뒤 3회로 늘렸고 1만2,000여 석 대부분 예매 개시 직후 매진됐다. 이번 투어는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홍콩, 대만, 태국 등으로 이어진다. 산다라박은 "월드 투어를 마치면 더 큰 곳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하겠다"고 팬들에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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