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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2030 세대'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상반된 이유

입력
2024.10.05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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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일본인들, 한국의 투박하고 무질서함이 매력으로
한국인들, 개인취향 존중받는 일본사회에 안도감 느껴

편집자주

우리에게는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격주 토요일 연재되는 ‘같은 일본, 다른 일본’은 미디어 인류학자 김경화 박사가 다양한 시각으로 일본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기획물입니다.


일본과 달리 매뉴얼에 얽매이지 않는 한국 사회의 융통성, 한국과는 다르게 개인의 취향을 폭넓게 인정하는 일본 사회의 풍토가 각각 한국과 일본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러스트 김일영

일본과 달리 매뉴얼에 얽매이지 않는 한국 사회의 융통성, 한국과는 다르게 개인의 취향을 폭넓게 인정하는 일본 사회의 풍토가 각각 한국과 일본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러스트 김일영

◇일본인이 한국을 좋아하는 의외의 이유

얼마 전, 한 일본 젊은이에게 들었던 한국 방문 경험이 흥미로웠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에 케이팝을 들으며 한국에 대한 호감을 키웠고, 대학생이 된 뒤 혼자 한국을 여행했다고 한다. 한국어를 어느 정도 공부했지만, 처음 떠나는 나홀로 해외여행에 기대와 불안감도 있었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한 첫날 호텔에서 문제가 생겼다.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인지 호텔 직원이 “18세 미만은 숙박이 불가능합니다”라며 단호한 말투로 체크인을 거절한 것이다. 당황해서 서투른 한국어로 자신은 19세라고 설명하려 할 때에, 다른 직원이 “오늘 19세 한 명 예약 있는데, 걔 아닌가?”라며 끼어드는 바람에 일이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결국 무사히 체크인했지만, 직원들 간의 대화가 적나라하게 들려서 조금은 민망했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호텔에도 고객 앞에서 예약 정보 등 업무와 관련한 대화는 자제하라는 매뉴얼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외국인이라 손님이 알아듣지 못하리라고 생각했거나, 문제를 빨리 해결해 주려는 선의에서 서비스 지침을 어겼던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직원의 태도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일본 젊은이는 오히려 이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이라면 고객에게 직원의 대화가 들리지 않도록 배려했겠지만, 한국처럼 솔직하고 숨김없이 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생활했던 경험과 비교하자면, 한국에서는 규정이나 매뉴얼을 어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원래는 안 되지만 사정이 딱하니 눈감아 드릴게요” 같은 식의 대응도 많다. 악의라기보다는 타인에 대한 호의나 친절에서 비롯된 ‘가벼운’ 위반이다. 그래서인지 사소한 규정 위반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규칙과 매뉴얼을 철저하게 지키는 일본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의 이런 ‘느슨함’에 후한 점수를 주는 일본인이 의외로 많다.

많은 일본 젊은이가 대중 음악이나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화려하고 멋있다는 이유만으로 호감을 지속적으로 키워가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의 때로는 투박하고 무질서한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끼거나, 사람 사이의 끈끈한 정(情)을 매력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규칙과 매뉴얼을 우선시하는 완고한 분위기가 팽배한 만큼, 상황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하는 한국인의 태도가 일본인에게 ‘관용’이나 ‘인간미’로 비치는 것이다. 이런 시각이 오히려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깊고 진지한 호감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일본을 왜 좋아할까?

그렇다면, 한국의 젊은이들은 왜 일본을 좋아할까? 최근 들어 한국 젊은이 사이에서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보도가 자주 나온다.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일부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의 역사의식 부족이나 애국심 약화의 증거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마치 젊은이들이 역사적 아픔을 외면하고, 단지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해서만 일본을 좋아하는 것처럼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본 사회에 매력을 느끼는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여행지가 일본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내 주변에서도 일본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이 놀랄 만큼 많다. 흔히 엔저 때문에 비용 부담이 적고, 거리가 가까우며,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 등이 이유로 거론된다. 물론 이런 이유로 가볍게 일본을 찾는 여행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여행을 자주 다니는 이들이나, 일본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단순히 경제적, 실용적인 이유만으로 일본을 좋아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 일본 대중문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쉽게 추측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문화들이 일본 문화에 대한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내가 일본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 중에 열렬한 ‘오타쿠’는 소수에 불과했다. 일본 대중문화의 팬이라는 이유로 일본으로 유학이나 취업, 장기 체류를 결심하는 젊은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번은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한국 청년에게 일본 유학을 결심한 이유를 물었더니, “사람들과 거리의 차분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친구 사귀기가 어려워서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는 일본 생활에 대체로 만족한다고 했다. 사실 일본 사회의 개인의 취향과 삶을 존중하는 분위기 덕분에 숨통이 트인다는 한국 젊은이가 많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던 나도 그런 의견에 상당히 공감한다. 한국에서는 개인의 삶에 대한 사회적 기대나 간섭이 심한 편이다. 주변에서 행동거지나 용모에 대해서 ‘훈수’를 두는 경우도 많다. 반면, 일본에서는 각자의 방식을 인정하는 편이다. 남들과는 다른 삶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손가락질하지도 않는다. ‘나이에 맞지 않는’ 옷을 입어도, ‘남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취미를 가져도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한동안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이 한국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다. ‘작고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일본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 사용한 표현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일본에서는 이 표현이 크게 회자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이미 일상 속에서 자기 나름의 소소한 기쁨을 추구하는 개인주의적 행복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개념’으로 주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한국 사회는 빠른 기술 변화와 이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사회적 압력이 강하다. 개인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성장과 변화를 요구하는 경향이 크다. 적극적이고 투지가 넘치는 자세가 장점이라면 장점이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기준에 맞춰 살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다. 가치관에 동의하더라도, 가끔은 경쟁과 긴장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다. 일본 사회의 상대적으로 느리고 차분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한국 젊은이들이 안도감을 느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 한일 젊은이가 서로를 거울 삼아 성장하기를

한일 젊은이들이 서로의 나라에 매력에 느끼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대중 문화나 여행지로서의 이점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면에는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두 사회의 분위기가 있다. 한국 젊은이들은 일본 사회의 차분하고 개인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안도감을 찾는다. 반대로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 사회의 인간미 넘치는 정서와 융통성에서 따뜻함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한일 젊은이들이 서로의 사회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자신의 사회에서 느끼는 결핍을 상대방의 사회에서 채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더 많이 교류하고, 깊이 있게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서로를 거울 삼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칼럼에서 언급한 한일 젊은이의 사례는 金暻和・林史樹(2024) 『二代男と改革娘:日韓の人類学者が韓国を語ってみた』(皓星社)에도 소개되어 있다.



김경화 미디어 인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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