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미술이야기' 8권 출간 양정무 교수
8년간 매년 한 권씩...30만 권 대중서 입지
지식 아닌 해석 중시...대화체 강의 형식 채택
"완간까지 두 권...관점 담긴 이야기 쓸 것"
"미술을 만나면 세상은 이야기가 된다."
미술 역사 시리즈를 시작한 첫 책에 이 문장을 쓰고 난 뒤 여덟 번째 책이 나오기까지 8년이 걸렸다. 26년 차 미술사학자인 양정무(57)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최근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사회평론 발행)의 8권을 펴냈다. 2016년 시리즈의 첫 권인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 편 집필을 시작해 매년 한 권 이상 미술사책을 펴낸 셈이다. 양 교수는 "학자로서 미술 통사를 쓰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부지런히 달려온 덕분에 고지가 눈앞에 있다"며 "마지막 두 권을 남겨 두고 '바로크 미술'이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고개를 넘었다"고 말했다.
이 시대 가장 대중적인 미술 이야기
일명 '난처한 미술이야기'로 불리는 이 시리즈는 원시시대부터 현재까지 세계 미술의 흐름 전반을 '강의' 형식으로 정리한 통사다. 1, 2권이 10만 부 판매고를 올려 베스트셀러가 된 후 7권까지 30만 부가 팔리며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그는 "미술사가 워낙 방대해 한 명의 저자가 특정 시대나 분야가 아닌 미술사 전반을 다룬 통사를 기록하기가 벅찬 것이 사실"이라며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단순한 지식이 아닌 하나의 관점을 담은 '이야기'로 구성해 연구자는 물론 일반 대중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왜 강의 형식일까. 복잡한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는 데 강의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체득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양 교수는 유학 시절 한인들을 상대로 미술사 강의를 해 학비를 벌었다. 소수 정예로 꾸려 스터디와 답사를 병행한 강의는 늘 만석일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고. 양 교수는 "내 강의의 인기 비결은 끊임없는 대화에 있었다"며 "원초적이고 쉬운 표현인 미술을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것은 양이 너무 많고 그것을 보는 관점이 부재하기 때문인데 관점을 일깨우는 데는 대화체 강의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난처한' 시리즈도 출판사 편집자들을 대상으로 미술사 강의를 한 것이 시작이었다. 강의를 책으로 엮어 보자는 출판사의 제안에 질문과 답이 포함된 강의록을 만들어 책으로 구성한 것. 한 권을 쓰기 위해 평균 40시간을 강의해, 8권까지 320여 시간을 온전히 강의에 투입했다. 그렇게 8년을 반복한 결과 전체 출간 도서 기준으로 8,000매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 완성됐다.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 ...'미술은 무엇인가'
2년 만에 나온 8권은 르네상스와 함께 서양 미술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바로크 미술'을 다뤘다. 17세기 성행한 바로크 미술은 화려함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고전적 균형과 안정적 조화를 강조한 르네상스 미술과 정반대다. 거부감을 줄 정도로 표현이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양 교수는 오히려 바로크의 탈고전적인 화려함과 현대적인 움직임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바로크 미술은 유럽의 구교와 신교 경쟁, 시장 경제의 급성장, 과학 혁명 등이 발생한 혼돈의 시대에 개성 있는 작가들의 재능이 더해지면서 극적으로 탄생했다"며 "극단적인 웅장함과 화려함에서 스펙터클한 현대 시각 문화의 원형을 찾아보면 훨씬 재밌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숙원인 '미술 통사'를 완성하기까지 남은 책은 이제 두 권. 시리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양 교수는 첫 책의 작가의 말에 쓴 대목을 다시 한번 소환했다. "그간 많은 미술 작품을 보아 왔지만 나의 질문은 언제나 '인간에게 미술은 무엇일까'였다. 이 질문에 대해 찾은 대답이 바로 이 책이다." 이어지는 부연 설명은 9권과 10권에 대한 '스포일러'다. "교과서적인 미술사는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지금 여기, 우리에게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해요. 원시 동굴 벽화에서 시작된 미술사의 결말은 결국 '우리의 미술'로 끝날 겁니다. 세계 미술사적 맥락에서 한국 미술이 어디쯤 왔고 무엇을 묻고 답할 수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시리즈의 결론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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