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교수 등 연구팀
전기차·배터리 등 경쟁 산업 기사에
조직적으로 몰려다니며 댓글 게재
한국 기업 폄훼하거나 갈라치기 조장
전기차, 배터리,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등 한국과 중국 간 경쟁이 치열한 산업 분야를 다룬 온라인 기사나 게시물에 중국 국적으로 의심되는 누리꾼들이 조직적인 댓글을 달아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홍석훈 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연구팀은 29일 '한중 경쟁산업 분야에 대한 인지전1 실태 파악'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네이버와 유튜브, 네이트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경쟁 산업 분야(전기차·배터리·이커머스·스마트폰 등)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전체를 수집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중국식 번역체, 중국 고유 아이디·프로필 특성, 동일 아이디의 반복적인 댓글 등 해외 선행연구에 사용된 중국인 계정 식별 기준을 적용해 중국 의심 계정을 찾아냈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네이버 계정 77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국내 산업 관련 기사에 조직적으로 몰려다니며 댓글을 게재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전기차와 스마트폰 등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한 산업 분야와 관련된 기사나 게시글에는 수년 전부터 반복적인 여론 선동 동향이 포착됐으며, 최근 한국 기업이나 상품을 폄훼하는 댓글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댓글들은 불안감을 조성하는 '겁주기', 정치·남녀·지역 갈등 등을 조장하는 '갈라치기', 중국을 비판하는 국내 매체에 대한 영향력을 떨어뜨리려는 '버리기'(dismiss) 기법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전기차 기사 댓글 중에서는 "중국 차도 품질이 좋아졌는데 현기차(현대차·기아) 누가 사냐? 하루라도 빨리 접는 게 돈 버는 거다", "중국 거 한번 타봐야지. 흉기차(현대차·기아를 비하하는 표현) 봐라. 좀 긴장해야 한다" 등과 같은 겁주기 사례가 발견됐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이른바 '알테쉬')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국내에 진출한 것과 관련해서도 "알리에서 2,000원도 안 하는 같은 제품이 국내에서 사니 2만 원이라서 국내 제품 가성비 불만. 심지어 국내에서 산 제품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중국산)",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는 알리, 테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등의 댓글이 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 분야 관련 댓글뿐만 아니라 "현 정권은 친미·친일 정책으로 미일의 속국이 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애견이잖아. 미국이 가리키는 방향에 멍멍 짖고" 등 정치적 '갈라치기'를 조장하거나 한국을 비하하는 댓글이 발견되기도 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등 국제 이슈를 다룬 기사에서는 댓글의 내용이 중국 당국과 중국중앙TV(CCTV)의 주장과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파악된 중국인 추정 계정은 전체의 매우 일부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구팀은 새로운 형태의 중국발 인지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문제의 댓글을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한편, 중국 행위자를 식별해 낼 수 있는 프로파일링 지표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1 인지전
- 적의 지도부나 국민에게 가짜 정보를 인식시켜 잘못된 인지를 바탕으로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게 하거나, 무기와 장비 운용에서 실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쟁 승리를 이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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