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작은 곳에서 행해져 온 작은 이들의 실천"

입력
2024.09.30 04:30
22면
0 0

9.30 인도네시아 1965 대학살- 1

자화상을 들고 포즈를 취한 예일대 정치학자 제임스 스콧. update.lib.berkeley.edu

자화상을 들고 포즈를 취한 예일대 정치학자 제임스 스콧. update.lib.berkeley.edu


최근 작고한 예일대 정치학자 제임스 C. 스콧은 ‘OO항쟁’ 등으로 역사에 기록된 대규모 사건보다 정치경제적 약자의 일상적 태업 등 “(역사의) 레이더 아래에 있는, 의도적으로 정체를 감춘 형태의 투쟁이야말로 역사상 계급투쟁의 대부분을 구성했다”고, 1970년대 말레이시아 농촌 현장 연구를 거쳐 집필한 책 ‘약자의 무기들(Weapons of the Weak, 1985): 일상적 형태의 농민 저항’에 썼다.

2차대전 전후 독립한 수많은 약소국의 현실, 즉 민족해방전쟁으로 수립된 정권이 기존 정권보다 더 억압적·권위주의적 권력을 행사한 예가 많았다는 사실에서 그는 “(민족주의)혁명이 농민들에게 효과가 없다면 혁명에 대해 할 말이 별로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의 판단과 주장은 물론 반박의 여지가 적지 않지만, 20세기 아시아 아프리카의 수많은 신생독립국 시민들이 겪은 현대사의 비극을 통해 얼마간 타당성을 지닌다. 비극의 원인을 독립 후 집권한 소위 민족적 영웅-권력자들의 한계와 전후 미국과 소련의 냉전 외세 탓으로 흔히 돌리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모든 사건의 배경과 전개-종결의 전모를 설명할 수 있을까. 1965년 인도네시아 '9·30봉기'와 이어진 대학살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스콧이 정치학자로서의 생명을 걸고, 다시 말해 정통 정치학 연구 방법론과는 사뭇 동떨어진 인류학적 현장 연구를 고집하며 매달린 질문도 그것이었다. 그렇게 찾아낸 게 거대 역사가 배경으로 밀쳐낸 이들의 보이지 않는 이들의 주목받지 못한 저항, 그의 표현으로는 위계질서 하층부 사람들의 협력 같은 ‘은밀하고도 질긴 아나키즘’(Two Cheers for Anarchism 2012)이었다.

그의 집 냉장고에는 이런 메모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작은 곳에서 작은 형식으로 행해져 온 작은 이들의 실천이 세상을 변화시켜 왔다.”(계속)

최윤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