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먹고 4명 전부 병원 신세" 전화
고객 다녀간 시간대에 4명 손님 없어
사기 직감… 다른 음식점에도 같은 전화
식당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려 짜증이 난다며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남성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남성은 강원 속초 시내 음식점 여러 군데에 전화해 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6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서는 지난 7월 한 고객으로부터 음식을 먹고 탈이 났다는 전화를 받은 강원 속초시 해물찜 전문점 업주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손님 "일행 전부 구토… 짜증 난다" 전화
A씨에 따르면 7월 중순 한 남성이 "어제 일행 4명이 식당에 방문했는데 4명 전부 구토와 설사를 해서 오늘 오전에 병원에 다녀왔다. 맛있게 먹으려고 매장에 방문했다가 이런 일이 생겨서 짜증이 많이 난다"고 전화를 걸었다.
이 남성은 병원비 6만 원과 음식값 6만 원, 총 12만 원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좀 짜증이 많이 난다"는 말을 덧붙였다. 방송에선 이 남성의 목소리가 음성변조 없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A씨는 음식값을 듣고 이 남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A씨 식당에선 4명이 메뉴를 시키면 적어도 7만 원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손님이 가격을 착각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보험 처리를 약속한 뒤 손님이 방문했다던 7월 15일 자 식당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 그러나 손님이 방문한 시간대엔 8~12명 단위의 손님만 있었고, 4명 단위 손님은 없었다.
사기라는 것을 직감한 A씨는 증거를 모으기 시작했다. 남성에게 일부러 "너무 죄송하다. 몸 회복 잘하시라", "계좌번호 꼭 부탁드린다", "다른 데 이야기하지 말아달라", "음식값은 카드로 결제했냐 현금으로 했냐. 카드로 했으면 취소해주겠다" 등의 문자를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남성은 현금결제를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계좌에 오류가 뜬다며 계좌번호를 여러 개 확보했고, 일부러 "저희 춘천점에 오셔서 7월 15일 날 식사하고 현금 내시고 닭갈비 드시고 탈 나서 병원 간 거 맞으시죠"라고 가짜 문자를 보냈다. A씨는 속초에서 해물찜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고객은 '네'라고 대답했다. A씨가 "왜 거짓말하냐"고 다그치자 이 남성은 연락을 피했다.
부모님 식당에도 같은 수법 전화 "탈 났다"
증거를 모아 경찰에 고소한 후 두 달쯤 지나 같은 지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A씨의 부모님에게 비슷한 전화가 걸려왔다. 회와 게를 먹고 탈이 나 일행이 병원에 갔다며 20만 원을 요구하는 한 남성의 전화였다.
A씨가 통화 녹음을 들어보니 전화번호는 달랐지만,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던 그 남성의 목소리였다. "짜증이 많이 났다"는 표현도 똑같았다. 재차 전화 통화를 했을 때 A씨의 아버지가 옆에서 "다 녹음되고 있다"고 소리치자 이 남성은 전화를 끊고 잠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사연과 비슷한 고소·고발 건이 다수 접수됐다. 경찰은 관련 내용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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