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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 화법' 정몽규의 축구협회..."당신의 스탠스는 책임입니까, 독단입니까?"

입력
2024.09.25 18:30
수정
2024.09.25 18:4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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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가운데)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그 뒤에는 홍명보(왼쪽) 축구대표팀 감독과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규(가운데)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그 뒤에는 홍명보(왼쪽) 축구대표팀 감독과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감독을 뽑아서 잘못된 건지, 절차적으로 잘못된 건지, 아니면 외국 감독을 안 뽑아서 안 좋은 건지..."

두 귀를 의심했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발언 때문이다. 정 회장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홍명보 감독 경질 때보다 지금 여론이 더 약하다고 보는가"라는 한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왜 국회에 불려왔는지, 왜 국민들이 분노했는지 모르는, 현재 축구협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멘트였다.

이날 문체위 현안 질의는 축구협회의 무능과 무책임을 재확인하는 자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미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 문제는 언론들이 끊임없이 제기한 논란거리다. 축구협회 정관을 따르지 않은 '정 회장의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 권한 이임' '이 이사의 전력강화위원장 대행' 등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정 회장은 이사회 등 동의 없이 독단으로 이 이사에게 대표팀 감독 선임 권한을 줬고, 기술발전위원장이기도 한 이 이사는 '다른 분과위원회 위원을 겸임할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7월 이 이사가 홍 감독 선임을 발표했을 때, 언론이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감독 선임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수차례 경고했었다.

그럼에도 정 회장을 비롯한 이 이사, 홍 감독은 이날 "절차상 문제가 없다" "불공정한 과정은 없었다"고 뻔뻔하게 입을 맞췄다. 정 회장은 언론 및 유튜브 채널 등의 핑계를 댔다. 그는 "여러 SNS에서 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면 조회수 몇 십만이더라. 왜곡된 뉴스가 많이 나와서 언론 왜곡이 많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제가 잘 알아서 정했다고 다들 알고 계신데, 왜 정보가 잘못 유통됐을까. 유튜브 등은 신문, 방송보다 더 영향력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이다.

축구협회의 잘못은 없고 모조리 '남 탓'만 하는 형국이다. 지난 10여 년간 정 회장 체제의 축구협회가 지닌 민낯인 셈이다. 문체위 현안 질의를 통해 정 회장도 문제·책임의식이 부재하다는 걸 국민들이 재확인했을 뿐이다. "사퇴하시겠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는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정 회장은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드려 송구하다"로 시작하는 사과 문구조차도 준비한 자료집을 뒤적거리며 눈으로 보고 읊었다. 왜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니 진정성의 부재는 당연하리라. 유체이탈 화법이 또다시 입길에 오를 만하다. 내달 2일 문체부의 축구협회 감사 결과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다.

그래서 정 회장의 자서전 '축구의 시대'는 오히려 스스로에게 독이 됐다. '감독의 선임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회장이 진다. 아니 협회의 주요 정책과 결정에 대한 최종 책임은 모두 회장에게 있다. 남과 상의 없이 혼자서 결정하고는 책임질 일이 있으면 꽁무니를 빼는 것은 독단이다.' 정 회장은 이 구절에 대한 질의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다시 묻고 싶다. "정 회장의 스탠스는 책임입니까, 독단입니까?"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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