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에도 논의 없었던 초유의 회동
독대 재요청에 또 불쾌감... 전망 불투명
여야의정 바라보는 시선도 다른 용산, 여당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대표가 90분간 마주 앉았다. 의료 공백 사태가 한창인 시점이다. 그런데 국정은 논하지 않았다.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두 달 만에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대화에서 직접 나눈 얘기는 ‘음식’과 ‘건강’이 전부였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거부한 윤 대통령은 ‘불통’ 이미지만 쌓였고, 대통령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못한 집권 여당 대표는 ‘검찰 후배’ ‘2인자’라는 그늘의 멍에를 벗어나지 못했다.
싸늘했다. 서로의 명분도 딱히 없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미리 언론에 알려졌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만찬 전날인 23일 대통령실은 “이번 만찬은 당 지도부가 완성된 이후에 하는 상견례 성격이 좀 더 강하다”고 말했다. 상견례와 독대, 성격이 완전히 다른 만남이다.
양측은 심지어 아무런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둘 다 마이너스다. 윤 대통령은 불통 이미지가 굳어졌다. 여권 관계자는 25일 “체코 순방에서 돌아와 원전 세일즈 성과를 돋보이게 하고 싶었는데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더 이슈가 되는 바람에 크게 화가 난 게 맹탕 회동의 원인”이라며 “단 5분간이라도 한 대표와 단둘이만 정원을 돌며 대화하며 한 대표의 요구 사항을 듣기만 했어도 여권의 모두가 승리하는 자리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무산된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만찬 자리에서 다시 요청했다. 하지만 기약이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논의를 하겠지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상당히 불쾌하다는 표정이다. 다른 관계자는 “편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 마이크를 치운 것이지 자유롭게 발언을 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며 “만찬장에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가 또다시 언론에 돌린 게 아니냐”고 반발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황당하다”, "이런 식의 소통이면 당분간 독대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무성하다.
둘의 갈등보다 더 큰 문제는 의료 공백 사태 해법이다. 한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물 건너갈 위기다. 협의체에 힘을 실어줘야 할 윤 대통령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면서 상황이 더 험난해졌다. 만찬 참석자는 “여야의정 협의체는 당에서 제안을 했으니까 당에서 판단을 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만찬에서 (한 대표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막은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이후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채널A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의 모습을 보면 (협의체) 성사를 위해서 정말 하려는 건지 아니면 그냥 면피용으로 여야의정을 띄워놓은 건지 조금 애매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책임을 미루는 사이 한 대표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집권 여당 대표로 취임 두 달을 맞은 한 대표는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보수의 새 아이콘이 될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윤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곤두박질친 당 지지율을 반등시키지 못하는 데다 윤 대통령에게 직언은 고사하고 여론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더구나 대화와 스킨십을 통한 정공법보다 언론 플레이로 자신의 의중을 전달하고 있다는 이미지가 덮였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만찬 성과를 묻는 질문에 "만찬의 성과는 저녁을 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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