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억제, 재래식 무기 중심 대응이 현명
확전 및 한반도 타격 가능성 줄이기 때문"
미국의 핵전략 전문가들은 북한의 점증하는 핵위협에도 불구하고 "한미 확장억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볼 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냉전시절 핵 경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한반도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공세적 북핵 대응에 경종을 울리는 셈이다. 본보는 지난 한 달간 핵확장억제 연구의 대가로 통하는 리처드 베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 미 자연자원보존위원회(NRDC)의 핵계획자문을 맡았던 한스 크리스텐슨 미과학자연맹 핵정보프로젝트 국장,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베이츠 길 미 아시아정책연구소(NBR) 선임연구위원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핵·재래식 통합(CNI) 개념, 북한 과잉반응 유도할 수도…커뮤니케이션 조심해야"
베츠 교수는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정권의 종말이 올 것이다'라는 건 현 단계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발언"이라며 "현실적으로 이보다 강한 발언이나 추가적인 억제 정책은 오히려 한반도 안보정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그건 미국의 대북 억지력이 약해졌다는 의미"라며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이보다 더 위험한 논란과 갈등을 자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리스텐슨 국장은 한미 당국의 확장억제 방식인 '핵·재래식 통합(CNI)' 개념을 사용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압도적인 전력 투입을 내비쳐 자칫 북한의 과잉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적국이 핵을 사용할 수 있거나 쓰는 '위기' 상황에서 핵과 재래식 무기를 통합해 대응한다면 적이 과도하게 반응할 수 있고 정세의 불안정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미 대북 핵공격, 남한에 영향 끼칠 수 있어…재래식 무기 우선한 이유 있어"
우리 정부는 북한의 대남 핵공격을 가장 우려한다. 베츠 교수는 "현재 미국이 가동할 수 있는 전략자산 규모는 북한의 핵투발수단을 압도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북억제 우선 수단은 여전히 재래식 군사능력"이라고 분석했다. 베넷 연구위원은 "유사시 핵사용은 다양한 위험과 위협 시나리오를 포함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개정된 미국의 핵운용지침은 핵무기 증량보단 현대화 및 위치에 관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텐슨 국장은 B61-13 같은 최신 전술핵무기로 북한 핵위협에 맞선다고 반드시 한국에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B61-13으로 평양을 타격할 경우 서울까지 방사능 낙진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언급하며 "새로운 핵체계가 핵불안을 해소해줄 수 없다"고 했다.
미 핵전략·확장억제 전문가들 "핵레짐 변화 국면…북핵, 러시아·중국 협력지점"
베넷 연구위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한국에 핵공격을 하면 즉각적이고, 압도적인, 결정적 대응을 해 정권을 종말시키겠다고 했다"면서 "이는 핵무기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이 북한 영변 핵시설을 타격했는데 방사능 낙진이 중국까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며 "이 경우 한반도 전쟁에 머물지 않고 확전이 된다. 이러한 위험까지 모두 고려해 핵전략을 짜야 한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무인도에 전자기파(EMP) 공격을 가했을 때도 핵공격으로 간주하고 핵보복을 하는 것이 전면전을 막을 수 있는지 등 여러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길 연구위원은 "미국 핵전략의 변화 가능성이 열린 건 북핵 위협이 아닌 중국의 핵위협 때문"이라며 "북한의 핵공격은 미중 분쟁이 발생했을 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도 중국의 핵위협과 연계해 북핵 위협을 점검하도록 조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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