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허용하면 더 큰 미지급 사태 발생"
구매 중단, 사실상 전자상거래 업무 마비
싱가포르 금융당국이 1조 원대 미정산금을 남기고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 티몬·위메프(티메프) 모(母)회사 싱가포르 큐텐(Qoo10)에 결제 서비스 중단 조치를 내렸다. 그간 대금 미지급 사태 속에서도 현지 물품 판매는 계속됐지만, 이번 결정으로 사실상 거래가 멈춰 서게 됐다.
24일 싱가포르 공영 CNA방송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전날 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에 지불 서비스 제공 중단을 명령했다. 싱가포르 통화청은 중앙은행 기능과 금융 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통화청은 “큐텐이 소상공인들에게 지불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충분한 확신을 얻지 못했다”며 “결제 서비스를 계속 허용할 경우 더 많은 판매자가 더 큰 미지급 채무에 놓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플랫폼 운영이 아예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돈을 지불할 길이 막히면서 소비자는 큐텐 사이트에서 물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됐다. 큐텐 측이 제3자 결제 서비스 제공 업체를 찾을 때까지는 전자상거래 업체로서의 기능이 마비됐다는 의미다.
같은 날 큐텐 홈페이지에는 “보다 간소화하고 안정적인 결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작업 중이고, 전자지급결제 대행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이는 싱가포르에서도 큐텐의 정산 지연 사태가 잇따르면서 판매자 불만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큐텐은 한국 1세대 이커머스 업체인 G마켓을 창업한 구영배 대표가 2010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회사다. 한때 싱가포르에서 시장 점유율 95%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티메프를 비롯해 인터파크, AK몰 등 국내 커머스를 인수하며 세를 키웠지만, 지난 7월 한국에서 1조2,790억 원 규모 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며 그룹 업무도 사실상 정지됐다.
다만 싱가포르 사업을 완전히 접지는 않아 현지 소규모 업자들은 지금까지 판매를 이어갔는데, 올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물건을 판매·배송하고도 정산금을 받지 못하는 업체가 속출하면서 이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현지 경찰은 지난 13일 수사를 시작했다. 별도 조사에 나선 싱가포르 금융당국도 당장 미지급금을 정산할 여력이 없다고 보고, 피해자가 더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결제 자체를 막기로 한 셈이다.
싱가포르 통화청은 큐텐의 지불 지연으로 현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경우 협력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