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구진 기후-산불 관계 시뮬레이션
"21세기 중·후반 영구동토층 절반 녹을 것"
토양 배수 가속화→대기 건조→산불 심화
식생 확대, 온실가스 증가로 악순환도 우려
영구동토층이 지구온난화로 급속히 녹아내리면서 러시아와 캐나다 등 북극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산불 발생이 급격히 늘 가능성이 제기됐다. 증가한 산불이 내뿜은 이산화탄소가 다시 영구동토층 해빙을 가속화함으로써 산불이 더 확대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거란 예측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과 미국 콜로라도 국립대기연구센터(NCAR) 공동연구진의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25일 자에 '주목할 만한 논문(highlighted paper)'으로 실렸다.
영구동토층은 여름에도 녹지 않고 일 년 내내 0도 이하로 얼어 있는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는 지층을 말한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북극 고위도 지역에 분포하는 영구동토층은 총면적이 지구 전체 육지 표면의 약 14%(2,100만km²)에 이르며, 내부에는 오래된 탄소퇴적물이 다량 들어 있다. 영구동토층은 인근 지역 토양의 수분 함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영구동토층이 산불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NCAR에서 개발한 전 지구 기후 시뮬레이션 컴퓨터 모델(CESM)을 사용하기로 했다. 기존 다른 기후모델과 달리 CESM은 토양 수분과 산불의 상호작용, 식생 변화 등을 고려해 개발됐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자연적으로 생기기도 하고, 인간 활동의 결과로 일어나기도 한다. 기후변화 연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선 두 요인을 명확히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연구진은 IBS가 자체 보유한 슈퍼컴퓨터 '알레프'를 이용해, 동일한 기후변화 시뮬레이션을 초기 조건을 다양하게 설정하고 여러 번 반복 실행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21세기 중·후반에는 인간 활동(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온난화로 영구동토 지역의 약 50%가 급격하게 녹을 것으로 예측됐다. 영구동토층이 녹아 물이 돼 주변으로 흘러가면 인근 토양에서도 수분 흐름이 급격히 빨라진다. 머금고 있던 수분이 급속히 빠져나가면서(배수) 토양이 건조해지면 지면에서 대기 중으로 증발 또는 증산되는 수분의 양이 크게 줄어든다.
이런 현상은 특히 여름철에 기온을 끌어올리고 대기를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산불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산불이 나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식물은 더 활발하게 광합성을 할 수 있어(이산화탄소 비료 효과) 더 잘 번식하게 된다. 이렇게 산불의 '연료'가 많아지면 그만큼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지역마다 토양 수분 함량이 다르기 때문에 영구동토층 해빙에 따른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연구진은 예상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김인원 IBS 연구위원은 "영구동토층의 얼음이 녹아 토양에 스며들어 배수를 일으키기까지는 대략 3년이 걸릴 것으로 추측된다. 러시아와 캐나다에서 북위 50도 부근에 위치한 지역은 그 이후 잦은 산불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영구동토층이 녹는 현상은 이미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구동토층 내부의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가 빠져나와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키는 만큼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김 연구위원은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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