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미국 등 주요국 기후공시 기준 속속 마련
국내 시행 2025년에서 2026년 이후로 미뤄
경영계 "2029년 이후로, 스코프3 빼자" 주장
ESG계 "스코프3이 4분의 3... 빨리 대비해야"
기후변화 관련 경영정보를 회계 공시처럼 의무 공개하는 '기후공시' 제도가 국제적 표준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단체들이 "2026년 의무화 로드맵 조속한 수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내 기준을 마련해야 할 금융위원회는 지난달까지 의견 수렴을 거쳤으나 일부 조건에 경영계 반발이 커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ERRI)·그린피스·녹색전환연구소·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적어도 2026년에는 기후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공시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영상 문제 등 기후 관련 위험·기회를 외부에 공개해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의사 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후변화가 기업 경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위험이 커지면서 기후공시는 국제적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날 박지혜 민주당 의원은 기조 발언에서 "유럽연합(EU)과 미국은 별도 공시 기준을 수립했고, 주요 20여 국가 역시 2027년 이전에 의무화 시행 시기를 정해 법적 기반을 마련 중"이라며 "금융위원회는 로드맵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국제 자본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시 늦추면 당장은 이익 봐도 경쟁력 약화"
앞서 금융위는 올해 4월 기후공시 내용을 포함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을 공개한 뒤 지난달까지 기업과 투자자의 의견을 수렴했다. 답변을 보내온 기업 106곳 중 96곳(91%)은 기후 관련 사항을 우선 의무 공시할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EU가 2029년부터 역내 진출한 해외 기업에도 기후공시를 요구할 예정인 만큼 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는 기업 부담을 이유로 2029년으로 공시 의무화 시점을 늦추고, 산정이 어려운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은 공시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코프3은 협력업체를 비롯해 제품의 생산 과정과 사용, 폐기 등 전 단계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을 뜻한다.
하지만 ESG 단체들은 금융위원회가 기후공시 의무화 시점을 2025년에서 2026년 이후로 이미 한 차례 연기한 만큼 예정대로 2026년부터 공시를 시작하고 스코프3도 그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맞선다. 이들은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업 배출량 중 4분의 3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대해 전후방 가치사슬에서 배출 책임을 기업에 부과할 필요가 있다"며 "주요 국가들도 스코프3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종오 KOSIF 사무국장은 "각국 ESG 공시 정책은 전 세계 투자자의 중대한 관심사"라며 "재계 주장대로 ESG 의무화 시점을 미루고 공시 사항과 범위를 축소한다면 당장은 이익일 수 있어도 결국 국내 대중소 모든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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