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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님' 다음은 '5분 명상'...조계종이 띄우는 'K명상'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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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님' 다음은 '5분 명상'...조계종이 띄우는 'K명상' 뭐기에

입력
2024.09.23 18:10
수정
2024.09.23 18:26
19면
0 0

28일 국제선명상대회...명상 전문가 집결
세계 명상 종가 자처...K명상 큰 우산 만든다
"'엄근진 수행법' 아닌 쉬운 생활 명상" 강조
'선명상' 앱 28일 공개...108개 명상법 전파

'선명상' 앱의 첫 화면에 등장하는 명상 프로그램. 다양한 선명상 프로그램이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선명상' 앱 캡처

'선명상' 앱의 첫 화면에 등장하는 명상 프로그램. 다양한 선명상 프로그램이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선명상' 앱 캡처

"소리 명상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나의 귀를 감싸는 소리에 마음을 맡기십시오. 좋다 싫다 판단하지 말고, 집착하지 말고, 소리를 따라 일어나고 사라지는 마음의 물결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세요."

나지막한 목소리가 끝나자 종소리가 울린다. 종소리가 잦아들자 숲 소리가 채워진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가 아스라이 이어지는 중에 다시 목소리가 속삭인다. "가까이 혹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물건 부딪히는 소리가 내주는 길에 집중합니다."

대한불교 조계종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 '선명상'의 '소리 명상' 중 한 장면이다. 명상 방법은 간단하다. 조용한 장소에 앉아 앱을 켜고 가이드를 따라가면 된다. 투자해야 하는 시간은 5분 남짓. 자연의 소리를 집중하다 보면 잠깐이지만 빠르게 내면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스님의 가이드를 따라가는 '행복으로 가는 선명상', '청소년을 위한 선명상' 등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들이 4~5분 내외로 구성됐다. 일명 '5분 선명상'이다. 5분 명상을 위한 앱은 오는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마음의 평화를 염원하는 '2024국제선명상대회(SEON MEDITATION SUMMIT 2024)'를 통해 최초 공개된다.

'선명상' 앱에 탑재된 스님AI 상담 코너. 챗GPT에 학습돼 있는 경전을 기반으로, 고민에 답변을 도출하는 시스템이다. 세계명상대회 홍보위원인 김영찬씨가 개발했다. '선명상' 앱 캡처

'선명상' 앱에 탑재된 스님AI 상담 코너. 챗GPT에 학습돼 있는 경전을 기반으로, 고민에 답변을 도출하는 시스템이다. 세계명상대회 홍보위원인 김영찬씨가 개발했다. '선명상' 앱 캡처


어려운 '간화선' 아닌 쉬운 '5분 명상' 알린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으로 '힙 불교'의 태동을 알린 대한불교 조계종이 대중에게 선보이는 다음 아이템은 '명상'이다. 조계종은 한국 불교의 핵심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을 포함해 다양한 명상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의미를 담아 '선명상'이라고 명명했다. 불교의 수행법인 간화선은 '화두를 든 참선 수행'으로, '이뭣고'나 '참나' 등의 화두를 들고 생각의 꼬리를 물며 진리를 구하는 방법이다. 스님들 위주로 참선하는 수행가풍을 따르다 보니 일반인이 따라 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한국 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만을 고집하지 않고 명상계 전체를 포용한 선명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다. 여기에는 제37대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진우스님은 취임하자마자 스님들을 주축으로 명상 전문가 집단을 꾸리고 선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육과 대중화를 꾀했다. 국제선명상대회에서 불교적 색채가 짙은 '간화선'이나 염불 수행법이 아닌 '5분 명상'을 소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간화선은 뛰어난 수행법이지만 접근이 어려워 대중에게 어렵고 힘든 수행으로 인식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미국, 유럽에 이어 국내에도 명상이 대중화되면서 '선명상'이라는 보편 용어를 사용해 현대인의 수준에 맞는 명상 운동을 전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불교...'K명상' 큰 우산 만들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불교계에 따르면 현재 세계 명상계의 뿌리는 불교 선(禪)수행법에 있다. 1950년대부터 한국의 숭산스님, 일본의 스즈키 선사, 대만의 성엄스님 등 아시아권 선사들이 미국과 유럽으로 가서 수행법을 전파한 것이 현대 명상의 태동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조계종의 선명상 개발 위원으로 활동하는 금강스님은 "초기 불교 선사들의 수행법을 전수한 2세대 수행자들과 이를 과학적으로 접근한 3세대 제자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명상의 흐름을 이어 왔다"며 "가벼운 마음 챙김부터 깊은 수행에 이르기까지 뿌리와 내용은 지금 이 순간,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고 고요히 참선하는 불교의 수행 전통에 기초한다"고 설명했다.

조계종이 주최한 명상대회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상 전문가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것도 그런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는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우파야선센터' 주지이자 불교 지도자 및 사회 운동가로 활동 중인 로시 조안 할리팩스와 과학과 불교의 교류 및 협력을 위해 설립된 '마인드&라이프' 의장인 툽텐 진파, 구글 엔지니어로 활동하다 명상 지도자로 변신한 차드 멩 탄이 참석한다. 미국 수행처 디어파크 사원에 머물며 잡지 '마인드풀니스인벨' 편집장으로 활동하는 팝루스님, 세계 전역에서 티베트 불교의 명상과 철학을 가르쳐 온 수행 안거센터 설립자 직메 린포체도 함께한다. 금강스님은 "선명상은 간화선, 사바타, 위빠사나를 구별하지 않고 불교 수행의 본질로 들어가서 세계 명상계를 아우르겠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포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모든 현대 명상의 핵심인 분별 없는 알아차림을 정신 문화 운동으로 전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은 현장에서 첫선을 보이는 5분 명상 외에도 음악 명상, 걷기 명상, 시각화 명상, 요가 명상 등 108종에 이르는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선명상대회 이후에는 선명상 법사와 지도사를 양성해 전국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는 이들이 명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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