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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빛나는 ‘추석 보름달’

입력
2024.09.23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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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날 부산의 한 해안가에서 바라본 하늘에 해가 서서히 저물며 동쪽에서 보름달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지난 추석날 부산의 한 해안가에서 바라본 하늘에 해가 서서히 저물며 동쪽에서 보름달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올 추석은 유례없는 폭염 탓에 차례를 힘들게 마쳤다. 해 질 무렵 잠시라도 더위를 식히려 바닷가를 찾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동네 사람만 찾지만 귀성객들이 몰리면서 갑자기 붐볐다. 무더위 속에 그나마 바닷바람이 불어와 고단함을 잠깐 잊을 수 있었다. 해가 서서히 저물며 사람들이 일몰에 정신이 팔려있는 순간, 동쪽 하늘에서는 희미하게 보름달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름달을 먼저 보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속설이 떠올라 달을 쳐다보면서 부모님의 건강과 곧 군대에 가는 막내의 무탈함을 기원했다.

폭염에 시달리던 지난 추석 저녁이 되자 부산의 한 바다 위로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폭염에 시달리던 지난 추석 저녁이 되자 부산의 한 바다 위로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폭염이 전국을 휩쓸자 민족 대명절의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달랐다. 동네 전통시장은 평소 활기찬 모습 대신 적막감이 감돌았다. 상인들은 시민들의 발길이 줄어들 것을 예상한 듯 제수 진열을 최소화했다. 특히 명절 아침부터 북적였던 전통시장은 이번 추석에는 한산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시민들은 혹여 폭염으로 음식이 상할까 우려하며 소비를 줄였다. 하지만 전집 앞에는 차례상에 올릴 전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더운 날씨에 기름 냄새를 맡으며 전을 부치는 일이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 그들의 모습에서 명절의 이면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추석날 부산의 한 해안가에서 바라본 하늘에 구름 사이로 환한 보름달이 보인다.

지난 추석날 부산의 한 해안가에서 바라본 하늘에 구름 사이로 환한 보름달이 보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희미했던 달이 고요한 밤하늘에 유난히 빛을 내기 시작했다. 해와 달이 주기적으로 뜨고 지듯, 계절 또한 순환하며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선물한다. 시간이 흐르면 밤하늘의 별들이 자리를 바꾸듯, 우리의 삶도 작은 변화들이 모여 성장한다. 바쁘더라도 잠시 짬을 내 밤하늘의 보름달을 바라보자. 과거의 날들을 되돌아보고, 다가올 미래를 계획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변화를 꿈꿀 때다.

지난 추석날 부산의 한 해안가에서 바라본 하늘에 해가 서서히 저물며 구름이 붉게 물들고 있다.

지난 추석날 부산의 한 해안가에서 바라본 하늘에 해가 서서히 저물며 구름이 붉게 물들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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