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소멸 후에도 홍수·산사태 이어져
미얀마 쿠데타 군부 이례적 지원 요청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슈퍼 태풍 ‘야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홍수와 산사태 등이 이어지면서 이 지역에서 6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복구가 더딘 데다 추가 태풍도 예고된 까닭에 희생자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19일 현지 매체를 종합하면 태풍이 휩쓸고 간 동남아 지역에서는 극심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태풍 야기가 몰고 온 홍수로 최소 226명이 숨지고 77명이 실종됐다고 18일 집계했다. 미얀마 전역에서 약 63만1,000명이 홍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미얀마 현대사에서 최악의 홍수로, 저지대인 수도 네피도는 대부분 물에 잠겼다”고 전했다. 내전으로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까닭에 태풍이 지나간 이후에도 복구는커녕 대피와 구조 작업만 가까스로 이어지고 있다. AFP통신은 통신이 끊겨 집계되지 않은 희생자도 많기 때문에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각종 인도주의 위기 속에서도 국제 사회 도움 손길을 무시했던 미얀마 군정은 태풍 피해가 커지자 이례적으로 외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다른 동남아 국가 피해도 확산일로다. 지난 7일 야기가 강타한 뒤 홍수와 산사태가 잇따른 베트남에서는 291명이 사망하고 38명이 실종됐다. 태국에서도 57개주에서 45명이 숨졌다. 태국 중앙 정부는 수해를 입은 34만 가구를 돕기 위해 30억5,000만 밧(약 1,218억 원)을 배정했다.
지난달 말 야기가 가장 먼저 덮친 필리핀에서는 21명이, 라오스에서는 4명이 사망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깨끗한 물, 식량, 교육, 의료 등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는 등 태풍 야기가 동남아 어린이 600만 명에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태풍이 더 빈번하고 강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벤자민 호튼 싱가포르 지구관측소 소장은 AP통신에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따뜻해진 바닷물이 폭풍에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풍속이 증가하고 강수량도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먹고사는’ 문제가 더 시급한 동남아에서는 기후변화보다 식량 불안을 더 민감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동남아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는 17일 “기후변화를 심각하고 즉각적인 위협으로 보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인 비율은 2021년 72.2%에서 지속적으로 줄어 올해 42.5%까지 떨어졌다”는 내용이 담긴 연례 기후 보고서를 공개했다.
샤론 세아 ISEAS 기후변화 프로그램 연구원은 “동남아인들은 기후변화보다 ‘빵과 버터의 문제(식량)’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공급망 중단,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일자리 불안정 등 더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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