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편집한 수준에 불과" 주장에도
법원 "이루마 저작인격권 침해 인정"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원곡을 허락 없이 편곡해 악보집을 판매한 출판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1부(부장 정인재)는 이씨가 음악 출판물 업체 대표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6일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 A씨는 이씨에게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2년 저작권협회로부터 이씨 원곡에 대한 사용 승인을 받은 A씨는 2018년까지 원곡을 보다 쉽게 편집한 악보집을 7,800부 발행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이씨 측은 2020년 A씨에게 "원곡자 동의 없이 저작물을 변형하는 행위는 저작인격권 침해 행위"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가 저작물을 통한 인격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공표권∙성명 표시권∙동일성 유지권 등 크게 세 가지다. 동일성 유지권에 따라, 저작물에 대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저작자 동의가 없는 한 내용과 제목을 함부로 바꿔선 안 된다.
A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법률대리인은 "A씨는 협회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아 기존 저작물과 실질적 동일성을 유지한 채 단지 쉽게 변경한 것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이씨가 그간 이의 없이 인지세를 수령해 왔다는 점을 내세워, 묵시적 동의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진 민사소송에서 A씨는 나아가 "이 사건 저작물엔 고정된 절대적 원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악보집을 낼 당시엔 원곡 음반만 있을 뿐 악보는 존재하지 않았고, 이씨도 변형된 연주를 주로 해왔으니 설령 무단 변경으로 인정된다 해도 고의나 과실은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이씨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원고로부터 명시적 허락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변형된 곡을 악보집에 게재해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했음은 넉넉히 인정된다"며 "이씨가 협회로부터 인지세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편곡이 있었음을 알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이 판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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