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서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막장' 행정으로 촌극에 가까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목표 이상의 성과를 올린 선수들의 노고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이기흥 체육회장의 개인 간 힘 겨루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체육회는 13일 "공정하고 균형 있는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도록 '문체부의 위법 부당한 체육 업무 행태에 대한 공익 감사 청구서'를 필요한 절차에 따라 감사원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한체육회가 감사원에 문체부를 공익감사 청구한 것인데, 이는 전날 문체부가 감사원에 대한체육회의 운영 전반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고 발표한 뒤 하루 만에 나온 행보다. 결국 대한체육회가 문체부와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올초부터 불거진 체육계 상·하급기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방증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날 문체부의 생활체육 예산의 지방자치단체 이관, 국회에서 확정된 사업예산 집행과정에서 문체부의 과도한 개입과 고의적인 사업 승인 지연, 체육단체 간 업무중복과 갈등에 따른 비효율성 발생 원인 제공, 체육계의 분열을 일으키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강제 분리 추진 등을 문제 삼았다.
전날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의 2024 파리 올림픽 참관단 운영, 후원사 독점공급권 계약, 특정 업체 일감 몰아주기, 국가계약법 위반 소지가 있는 과도한 수의계약, 파리 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일방 취소, 파리 올림픽 코리아하우스 운영 논란, 특별보좌역·위촉자문위원 및 대한체육회 자체 예산의 방만한 사용, 보조사업 관리 부실 및 불공정한 스포츠공정위원회 등을 감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결국 체육계 제일 큰 형님과 작은 형님이 서로 물고 뜯는 형국이 된 것이다. 일각에선 대한체육회가 문체부의 이 회장에 대한 압박 강도가 높아지자 결국 맞불을 놓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문체부는 지난 11일 체육단체 임원 연장 심의를 하는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을 문제 삼았다. 3선 도전 가능성이 높은 이 회장이 임명한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들이 심사를 하기 때문에 '셀프 연임 심사'라고 봤다. 문체부는 "체육회장이 임기 연장을 위해 심의를 신청하는 경우, 본인이 임명한 위원에게 본인의 연임제한 허용 심의를 맡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튿날 대한체육회를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체육계는 두 기관의 힘 겨루기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좋은 성적으로 오랜만에 스포츠계가 활기를 띠고 있는데, 정작 최상위급 체육기관의 싸움으로 퇴색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유 장관과 이 회장의 개인적인 자존심 싸움이 엉뚱하게 번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 체육계 인사는 "지금 문체부를 보면 큰 형님답게 처신하지 못하고 있고, 대한체육회는 그야말로 하극상을 보이는 형국이다. 스포츠인들이 믿고 기대야 할 기관의 수장들이 막장 행정을 일삼으면, 국민들도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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