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내 조정돼야 하지만 실제론 70일
실제 조정 성립률도 낮은 수준 머물러
"보복 무서워... 제도 자체를 모르기도"
"층간소음 분쟁조정위원회(분쟁위)요? 조사, 조정까지 몇달이 걸린다는데 보복당하면 어떡해요? 나이 드신 분들은 존재 자체도 몰라요."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김모(31)씨는 올해 초부터 6개월 가까이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늦은 저녁 위층에서 들려오는 전자드럼 소리에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날이 반복됐지만, 다른 이웃의 경찰 신고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재차 신고한대도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고 찾아가서 항의라도 하게 되면 스토킹처벌법에 저촉될까 걱정돼 속앓이만 늘고 있다. 김씨는 "분쟁위의 경우 처리도 빠르게 안 되고 조정 신청자가 특정돼 보복 위험에까지 노출될 수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분쟁 조정에만 70일 소요... 조정률도 10% 안팎
층간소음 갈등을 막기 위해 설치된 분쟁위의 평균 조정 소요 기간이 규정의 두 배가 넘고 조정성립률 또한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층간소음 분쟁조정 현황'에 따르면, 층간소음 분쟁 조정의 평균 소요기간은 약 70일이다. 현형법상 분쟁위가 조정절차를 개시한 날부터 조정절차를 완료해야 하는 기간은 30일으로, 기준보다 두 배 넘는 기간이 걸리는 셈이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30일 내 조정절차를 완료할 수 없을 때만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조정 상대가 답변에 응하지 않는 등 변수가 많아 대체로 기간이 연장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류 보완이나 피신청자의 답변서 제출 지연, 사실조사 기간 추가 등으로 심사기간이 연장되고 있다"며 "특히 입주자대표회의를 당사자로 하는 사건은 구성원이 바뀌거나 입대의가 달에 한 번씩 열려서 장기화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정성립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20년에는 전체 조정 신청 31건 중 13건이 조정성립돼 '성공률'이 41.9%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2021년에 21.4%로 급락한 후 2022년엔 6.7%, 2023년엔 7.5%대에 머물렀다. 올해 8월까지는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10건 중 1건가량(13.8%)만 조정이 성립되는 실정이다.
"2차 범죄 위험... 해결 방법 없어"
이렇다보니 층간소음을 겪는 피해자 사이에서는 분쟁위가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에게 폭행을 당해 송사까지 진행했다는 정모(41)씨는 "재판에서 이기고도 소음이 계속됐고 욕설을 들어도 공연성이 인정 안 돼 모욕죄 성립도 안 됐다"며 "분쟁위에 조정을 신청한다 해도 근무시간 때문에 윗집에 사람이 없는 평일 낮에 소음을 측정하러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해 그냥 포기하고 참고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별다른 해결방법을 찾지 못한 이들은 112 신고에만 의지하고 있다. 경찰청이 집계한 신고 내용 중 '층간소음'이 들어간 건수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에만 4,434건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분쟁은 언제든 폭행, 살인 등 2차 범죄로 넘어갈 수 있다"면서도 "층간소음 자체만으로는 처벌할 규정이 없어 경찰도 상황이 심각해 보일 때만 중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종군 의원은 "분쟁 접수 건수와 조정 실적이 현실에 비해 너무 저조하다"며 "분쟁위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포함해 위원회 역할과 기능을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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