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노랑부리백로 먹이활동지인데.. 투망 낚시 기승

안산 대부도 기수역에서 어로행위 잇달아 목격
수산자원법상 단속 근거 없어 생태계 파괴 우려
환경단체·어촌계 문제 제기에 안산시 "계고조치"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백로가 월동 전 먹이를 먹고 체력을 보충하는 안산 대부도 유역에서 한 주민이 투망으로 고기를 잡고 있다. 독자 제공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된 노랑부리백로가 먹이활동을 하는 경기 안산 대부도 유역에서 어로행위가 기승을 부려 말썽을 빚고 있다. 노랑부리백로 무리가 월동 준비를 위해 잠시 머무르는 채식지(먹이제공 장소)인데, 물고기 포획용 투망까지 등장하면서 먹이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안산시와 안산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경기 안산시 대부동 대부도 4~5곳의 기수역(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일반인들이 낚시와 투망을 이용해 고기를 잡는 모습이 잇달아 목격됐다. 2, 3명씩 짝을 지어 나타나는 이들은 물이 얕은 곳에 자리를 잡은 뒤 처음에는 낚시로 망둑어 등을 낚다가 이후 그물로 된 투망을 던져 치어 등을 마구잡이로 잡고 있다.

문제는 이곳이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백로가 모여드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먹이 채식지라는 점이다. 예년에 없던 어로행위가 노랑부리백로의 접근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인 안산환경운동연합 고문은 “일부 주민이 투망을 던지는 등의 어업행위를 할 때 노랑부리백로 무리가 접근하지 못한 채 먼발치서 서성이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보호종 무리가 월동을 위해 동남아로 이동하기 전, 영양을 보충하는 중요한 장소에서 개인 이익을 위해 투망질하는 것은 생태계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안산시와 평택해양경찰서 측은 법적으로 단속한 근거가 없다며 조치를 미루고 있다.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문제가 된 대부도 기수역 등 어촌계의 공동어업구역이 아닌 곳에서의 수산물 채취 및 포획 행위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백로가 지난달 안산시 대부도 유역에서 월동을 앞두고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대부도 어촌계는 당국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생태계 파괴는 물론 어촌계 공동어업구역의 어획량 감소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종성 대부도 상동어촌계장은 “그냥 방치한다면, 서해안에서 낚시와 투망질 행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생태자원인 갯벌과 습지가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안산시는 천연기념물 노랑부리백로를 보호하기 위해 투망행위 금지를 계고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법상으로는 일정 규격 이상의 투망에 대해서만 규제할 수 있어,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다만, 생태계적으로 중요한 구역이기에, 어로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