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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기자회견' 손준호 "中공안 협박에 못 이겨 거짓 자백했다...다만 승부조작은 인정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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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기자회견' 손준호 "中공안 협박에 못 이겨 거짓 자백했다...다만 승부조작은 인정하지 않아"

입력
2024.09.11 18:03
수정
2024.09.11 19:0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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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가 11일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가 11일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징계로 선수 생명 최대의 위기를 맞은 손준호(32·수원FC)가 "공안의 협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다"고 털어놨다. 중국 축구팀 산둥 타이산에서 뛰던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공안에 구금돼 조사를 받다가 10개월 만에 귀국, 지난 6월부터 수원FC 소속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손준호는 11일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처음 중국 공항에서 체포됐을 때부터 당황스러웠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며 "공안은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제시하면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외교부가 아내를 체포해 함께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핸드폰 속 딸과 아들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들은 죄가 없지 않느냐. 엄마가 이곳에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냐. 아이들도 아빠가 보고 싶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빨리 인정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손준호는 "너무 겁이 나고 가족 생각만 났다"면서 "공안이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7~15일 뒤 나갈 수 있다. 너는 외국인이고, 외교 간의 문제도 있어 보석을 할 수 있다"고 회유했다고 말했다. 또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손준호는 이날 기자회견에 입장할 때 미소를 보이기도 했으나 끝내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가 11일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가 11일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금품수수, 협박 때문에 인정했지만 승부조작은 인정하지 않아"

손준호는 작년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중국 공안에 연행됐고, 이후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그가 받은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손준호는 "금품수수는 협박에 못 이겨 인정했지만, 승부조작에 대해선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금품수수도 친구에게 받은 20만 위안 거래 내역을 보고 지적한 건데, 그 돈이 불법적인 게 아님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 결백을 떳떳하게 밝히고 싶지만, 공안은 (조사) 영상만 있을 뿐 음성은 단 하나도 없다고 한다"며 "공안이 당당하다면 음성파일을 공개해 날 어떻게 조사했고, (거짓) 자백을 어떻게 받아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가 11일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가 11일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중국에서의 일 잊고 싶었지만..." 중국축협 징계로 뒤늦게 대응

거짓 자백으로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징역 10개월형을 선고받은 손준호는 올해 3월 석방됐고, 현재 수원FC 소속으로 K리그1에 복귀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스스로도 "한국 땅을 밟는 순간 중국에서 있었던 일은 잊고 지내겠다고 마음먹었었다"던 손준호가 뒤늦게 이 같은 정황을 밝힌 건 전날 이뤄진 중국축구협회의 갑작스러운 발표 때문이다.

중국축구협회는 10일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전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떤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해당 결과를 전달하고, FIFA가 이를 받아들여 각 회원국에 해당 선수 징계 내용을 통보하면 손준호는 향후 축구선수로 활동할 수 없게 된다.

손준호는 "이제라도 말하게 돼 편하고 홀가분하다"며 "나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사실만을 얘기했으니 국민 여러분들뿐만 아니라 축구계에서도 날 믿고 도움을 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손준호의 에이전시 측은 "중국축구협회가 FIFA에 손준호의 징계를 증명하려면 세부적인 증거가 필요한데, 현재 그런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 FIFA가 중국 측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에 하나 중국 측 손을 들어준다면 우리도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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