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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특별법이 보여준 국회의 가능성

입력
2024.09.10 19: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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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제417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재적 300인 중 재석 295인, 찬성 295인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제417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재적 300인 중 재석 295인, 찬성 295인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의료 파업으로 응급실 뺑뺑이를 도는 피해자를 볼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작년에 할아버지가 응급 수술을 받았는데 그때 의료 파업이 터졌다면 어땠을까. 전세사기 피해는 나와 더 가까운 문제다. 처음에는 일부 지역 문제로만 생각했던 일이 일파만파 퍼졌다. 현 직장 동료, 전 직장 동료, 대학 동기 등 내가 아는 가까운 이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도 정부나 국회는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 21대 국회는 많은 쟁점 법안을 미루면서 문을 닫았다. 22대 국회도 그럴까 싶더니, 처음으로 여야와 정부가 합의해 만든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법안의 핵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 주택을 매입하고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지원하며, 길게는 20년 동안 공공 임대주택을 제공해 주거 불안을 해소한다는 데 있다. 물론 여러 한계가 있다. 경매 차익이 크게 발생하지 않을 수 있고, 경매 결과가 나올 때까지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현금 보전액을 예상할 수 없다. 이런 한계는 6개월마다 현황 보고를 하겠다는 국토교통부 약속을 지켜볼 일이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과정이 담긴 국토위 회의록을 찾아봤다. 여야 의원 모두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와 '피해자들을 위해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위에서 토론을 했다. 국토부가 인정한 피해자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까지 지원 대상에 넣을 수 있는가를 두고 조문을 꼼꼼히 따지기도 하고("한창 전세 가격이 치솟았을 때 계약했다가 피해 입은 분들은 비싼 전세가를 주고 싶어 들어간 게 아니라 그보다 이하인 매물이 없었기 때문인 것 아니겠습니까?"-이소영 의원), 6개월 단위로 현황 보고를 하는 일에 국토부가 난색을 표하자 질타하는 모습("부처에서 성실하게 현안 보고 한다는 마음만 있으면 부동의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이것은 쟁점이 아닌데 쟁점으로 만들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복기왕 의원) 등이 담겨 있다.

국회가 부재한 기간 지자체 단위의 노력도 있었다. 서울 강서구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보증금 반환을 위한 소송 경비를 100만 원씩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고찬양 강서구의회 의원은 "국가가 나서서 대책을 세우지 않으니 지방의회에서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완벽한 대책은 없다. 국회 개정안을 환영하는 건 서로의 해법이 완벽하지 않은 점을 공격하며 정쟁의 기회로 삼기보다 피해자인 국민들을 떠올리는 정치가 있다는 걸 보여줘서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합의안을 도출하며 발언했다. "공식 회의보다 여야 간사 간 물밑 접촉에서,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고 머리를 맞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야당 위원들께서 사각지대를 굉장히 우려하셨습니다. 앞으로도 단 한 사람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길거리에 나앉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정부가 이 법을 집행하면서 관심을 가지고 일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의료 대란이 일어나고도 한참을 가만히 두고 보다가 누군가 죽거나 다치고 나서야 여당과 야당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이 보인다. 피해자가 겪고 있는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과 어떻게든 해결을 보겠다는 결심이 빠진 선언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곽민해 뉴웨이즈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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